지금은 '야자시간'입니다

2006.09.11 21:32:00

지금은 야자시간입니다. 밖에는 원하지 않는 비가 내립니다. 저녁식사 후 교무실에 당직하시는 아저씨와 잠시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리고는 교무부장 선생님과 잠시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가 있는 제1교무실에는 3학년 담임선생님과 학생들이 수시원서 때문에 정신이 없습니다. 세 분의 연세 많으신 선생님도 계시고 젊은 처녀, 총각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저녁 8시쯤 각 실과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양호실에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들어가 보니 양호선생님께서 퇴근도 하시지 않고 저녁식사도 하지 않은 채 자료정리에 한창이었습니다. 제2교무실에는 3학년 담임선생님과 학생 서너명이 상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2층에 올라가니 골마루에는 많은 선생님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이 부장선생님께서 연구에 몰두하고 계셨습니다.

전산실에 들어갔더니 세 분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한 분은 3학년 학생들과 함께 상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분 선생님은 임신을 하셨는데 당번이 아닌데도 몸이 불편하신데도 늦게까지 남으셔서 수학여행을 위한 안내자료를 만들고 계셨습니다. 또 한 분 선생님은 열심히 연구를 하고 계셨습니다.

제1컴퓨터실에 들어가니 3학년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마친 20여명의 학생들은 수시원서 접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들어가서 잠시 격려를 했습니다. ‘여기에 딸들이 많이 있구먼, 원서를 쓸 때 신중하게 생각해서 후회함이 없도록 해야 돼. 알았어? 예’하더군요.

3층에 가니 2학년 14반의 칠판에 이런 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축, 오늘 은정이가 처음으로 야자한다!’ 그 동안 야자에 참석치 않다가 함께 참여하게 됐으니 학생들도 담임도 좋아했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선생님은 학생의 질문에 열심히 대답을 하고 있더군요. 골마루에는 많은 학생들이 나와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우리학교에서 가장 키가 크신 ‘그럼 20000’이란 별명을 가진 부장선생님도 계셨습니다.

4층에 올라갔습니다. 3학년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3학년실에는 세 분 선생님께서 상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바쁜 가운데서도 차를 한 잔 권해서 양호실에서 조금 전에 마시고 올라왔는데도 또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선생님의 상담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한 선생님은 학생의 추천서를 보고 잘못을 지적해 주며 수정하도록 하셨습니다. 들어보니 국어선생님 뺨칠 정도로 잘 지적해주고 계셨습니다.

‘사회적인 문제를 이야기 하다가 왜 갑자기 경제적인 문제를 이야기 해? 이 부분은 경제적인 이야기잖아? 그리고 이 부분은 이것하고 저것하고 중복이 되고 있잖아?’ 이런 식으로 조목조목 지적을 잘해 주셨습니다. 그러니 아주 좋은 추천서가 될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좋은 선생님께서 담임선생님이 되었으니 학생들은 정말 행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1층으로 내려와 1,2학년실에 들렀습니다. 한 선생님들은 저녁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학부모와 상담을 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밤낮 학교를 지키는 부장선생님도 계셨습니다. 당직하시는 아저씨는 골마루 문을 닫고 계셨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저녁식사를 하시고 들어와서는 교실을 둘러보고 계셨습니다. 한 구석에는 인성부장선생님께서 열심히 연구를 하고 계셨습니다.

이렇게 밤이지만 낮과 같이 멋지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공장을 말하면 밤에도 생산라인이 가동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이런 광경들을 볼 때면 저도 모르게 힘이 솟아납니다. 이런 맛으로 고생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월이 지나면 오늘과 같은 밤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러기에 존경 받으시는 것입니다.

3학년실에 가서는 선생님들에게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지금은 아주 중요한 시기이니 감기에 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오늘 수능원서를 접수를 끝내고 내일, 모레 수도권 대학 원수가 끝나니 가장 바쁜 철입니다. 그러니 3학년 선생님들의 건강이 바로 학생들의 진학에 연결됨을 아시고 건강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조금만 더 참으시면 됩니다. 힘내셔야죠.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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