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한다. 아니 시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심을 품고 산다는 것 자체가 멋지고 좋은 일이 아닌가? 아름다운 것을 아름다움으로 보고 느낄 수 잇는 시심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작은 거름이 될 것이 아닐까?
9월 12일 늦은 6시 40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신원당 아파트 건너편에 있는 다래웨딩부페에서는 작은 출판기념회가 열리고 있었다.
송병무 시인의 [오늘밤 그대의 꿈은]이라는 시집의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대부분의 출판기념회가 유명세를 치르는 유명인들의 잔치이거나, 사회적인 지위를 자랑하는 자리이기 쉽다. 그러나 어제 출판기념회를 치른 시인 송병무씨는 어떤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사람이나 유명세를 치를만한 사람이 아님은 물론,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 그를 출판기념회자리에서 만나게 된 것은 순수한 의미에서 나의 취재원이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2 년 전쯤에 나는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려는 노력을 하여 보자는 글에서 그를 [뒤늦게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여 키워나가는 사람의 본보기]로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는 현재 고양시 원당 농협중앙회 앞의 길가에 조그만 컨테이너 박스 속이 자신의 일터이다. 그 좁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의 신발을 닦거나 수선하는 일을 하는 분이다. 내 이야기의 전개를 보면서 구두닦이를 하는 사람을 천시하는 것이냐는 인상을 받았다면 대단히 죄송한 일이지만, 사실 이런 일을 하시는 분으로 시를 써서 당당하게 정식 등단을 하였고, 시집을 두 권 째나 출판을 하는 분이라는 것이 좀 특이한 분에 속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우선 이런 분이 경제적인 문제에 매달려 삶의 무거운 짐을 의식하고 살다보면 시 같은 것은 사치스럽게 생각을 하기 쉬웠을 것이다. 더구나 그 작은 컨테이너 속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구두코만 바라본다는 직업적인 생각을 해야 하는 분으로 그 열악한 환경에서 모든 것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고 아름다움을 찾아간다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그렇지만 송병무 시인은 그런 생활의 어려움도 잊고, 자신의 생활 환경이 열악한 환경이라는 생각을 전혀 찾아볼 수조차 없는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힘들고 고단한 생활 속에서/빛으로 오는 희망이 없었다면/저는 모든 것을/자포자기했을지도 모릅니다./잃어 버렸던 새 희망을 되찾아준/ 삶의 중심인 아내를/죽는 날까지 기억하고/희망을 나누며/두고두고 아껴/종이 되어 귀를 막겠습니다/ --내 사랑 후반부--
어려움을 이겨내며 살아오는 동안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을 이렇게 읊은 시인은 이 헌시를 책 뒷표지의 날개에 적어서 아내에 대한 사랑을 맹세하고 있었다.
나는 이 시인에게 무어라고 축하의 말을 전할까 망설이다가
소슬바람이 스치는 보도 위에/뒹구는 낙엽을 보면서/추운 겨울을 생각하는 사람,
겨우살이 준비를 해야겠다는 사람,/낙엽쓰레기 걱정을 하는 사람들.//
길가는 사람들의 구두코만 바라본 다는/작은 콘테이너 속의 일터에서/송병무 시인은/
마디 마디 시어를 주어 모아/고운 구슬목거리를 만드느라고//
부르는 소리조차 못 듣고.... //
길가에 구르는 모래알 같은/수많은 단어들의 회오리 속에서/한 구절의 시어를 다듬느라고/밤을 지새는 정성 다하였으니//
송병무 시인은/한 송이 연꽃이어라.//
진흙탕 세속에/물들지 않은/고고한 한 송이 연꽃이었다.
--축시--한 송이 연꽃이어라 --전문
라고 읊어 드리는 것으로 축하 인사에 대신하기로 하였다. 아무나 시인을 하나? 하는 질문에 감히 모든 사람은 시인이고, 시심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는 답변을 할 수 있는 분들이 바로 송병무 시인을 이끌어 주는 주위분들이었다. 경의선 문학회, 타래시동인회 등의 회원들은 한결 같이 이 작은 출판 기념회에서 축하와 함께 송시인의 시를 한 편씩 낭송해 주어서 송 시인의 시를 한 충 더 빛내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