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때리지 마세요˝

2006.09.25 08:48:00

"선생님, 제발 때리지는 마세요"

얼핏 보면 잘못을 저지른 학생이 체벌하는 교사에게 애걸하는 말 같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이 말은 고교 평준화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3학년 담임들에게 지역 교육청 장학관이 하소연 내지는 당부하는 말이다. 장학관은 교감에게도 부탁한다. 체벌금지를 다시 한 번 교직원회의에서 강조하라고.

장학관님은 "지난 1학기 동안 관내에서 교사의 체벌 문제로 곤혹을 겪은 일이 10건 있었다"며 "이는 학부모가 교사를 고소하거나 치료비를 요구하거나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헤아린 것"이라고 밝힌다.

시대가 너무나 많이 변했다. 때려서라도 교육을 시켜달라는 학부모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랑의 매도 원하지 않는다. 교사에게 한 대라도 맞았으면 그 원인은 따지지 않는다. 그 한 대를 돈으로 계산하려 드는 것이다. 참으로 험악한 세상이다.

모 교사는 체벌로 인하여 학부모로부터 2천만원 합의금을 요구 받았는데 몇 달간 수 차례의 조정 끝에 간신히 150만원으로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그 동안 해당교사의 마음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교사들은 존경의 대상이 이미 아니다. 지식 전달자에 불과하고 인성을 지도하느라 체벌을 가하면 곧바로 학부모에게 걸려드는 세상이 되었다.

인근 지역의 모 중학교에서는 학생이 여선생님 치마 밑으로 핸드폰을 집어 넣어 이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군밤 2대를 때렸는데 교사에 대한 성추행, 교사의 인권은 오간데 없고 군밤 2대만 불거져 그 학교 교감, 교장, 지역교육청 장학사까지 곤혹을 치뤘다는 이야기다.

학부모가 학교와 지역교육청에 가서 난장판을 피우고 언론에 공개한다 인터넷에 올린다고 협박을 하니 교육을 생각하는 학교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선생님들은 수세에 몰려 학부모를 진정시키다 보니 학부모가 더욱 기고만장하더라는 것이다.

이런 사건을 몇 번 겪은 학교는 교육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학생지도를 적극적으로 해 보았자 고맙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원성만 자자하다. 인터넷에 학교 이름이 오르면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학교만 탓하는 풍조도 한 몫을 한다.

장학관은 말한다. 학생지도에 너무 의욕적으로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손이 가는데 이것을 조심해야 한다. 학생에 대한 체벌 뿐 아니라 언어폭력도 조심해야 한다. 학부모에게 말려들지 않으려면 말조심하고 체벌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안타까운 교육 현실이다. 학생들을 열심히 지도하려는 선생님들은 의욕이 팍 꺾이고 만다. 사회가 선생님들에게 한 수 가르쳐 준다. 그저 대강대강 적당히 가르치고 월급 타먹으라고. 학부모도 교사들에게 충고를 한다. 괜히 열의를 갖고 지도하다간 잘못되는 수가 있으니 남의 귀한 자식 함부로 건들지 말라고.

국회의원들은 체벌금지법을 만들고, 학부모도 때리지 말라고 한다. 교장과 교감도 체벌금지를 선언한 지 이미 오래다. 이제 장학관이 나서서 체벌하지 말라고 하소연 하는 세상이 되었다. 장학관님의 속 마음은 교사들을 보호하려는 충정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교장 뿐아니라 교사들의 설자리도 자꾸만 좁아져 가고 있다. '사랑의 매'도 법률적으로 금지하려고 한다. 교육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교육 관련법을 만드는 세상이다. 교사의 진실이 통하지 않는 슬픈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세상이 변해버린 것을 어쩌랴. 세상만을 탓할 수 없다. 오늘도 교장과 교감은 말한다.

"선생님들, 체벌하지 마세요. 잘못하다간 큰 코 다칩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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