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망칠 수는 없다

2006.10.11 11:04:00

오늘은 시험 3일째입니다. 아침에 교실을 둘러봤더니 세 종류의 학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험은 망칠 수 없다! 오직 공부뿐이다.’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이었습니다. 다음은 교실에서 자는 학생들입니다. 아마 이들은 ‘낮에는 놀고 밤에 공부하지, 뭐’라고 생각하면서 밤에 열심히 공부하고 낮에는 자는지 모르겠네요. 다른 부류는 극히 일부지만 아예 책을 펴놓지도 않고 이야기하고 놉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은 실컷 놀고 생각해 볼 일이다.’라는 생각일 겁니다.

누가 과연 지혜로운 학생입니까? ‘시험은 망칠 수 없다. 오직 공부뿐이다!’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입니까? 아니면 낮에는 놀고, 자고 밤에만 적당히 공부하는 학생입니까? 아니면 아예 공부하지 않는 학생입니까? 그것도 실업계 학교도 아닌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말입니다. ‘시험은 망칠 수 없다. 오직 공부뿐이다!’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지혜로운 학생들 아닙니까?

시험이 대학입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그냥 시험으로 끝난다면 놀아도 보고 자기도 하고 적당히도 하고 포기도 하고 하지만 시험이 바로 대학을 가느냐 못 가느냐, 희망하는 학과에 가느냐, 못 가느냐, 희망하는 대학에 가느냐, 못 가느냐를 가름하는 중요한 시험 아닙니까? 그러니 그들을 볼 때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이들을 그냥 보고 넘어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시험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줘야지요. 한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없잖아요? 시험은 생방송입니다. 재방송이 없습니다. 시험은 실전입니다. 연습이 아닙니다. 실습이 아닙니다. 실험도 아닙니다.

최선을 다하고서 결과가 나쁜 데 대해서는 아무도 후회하거나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험은 망칠 수 없다. 오직 공부뿐이다!’라는 생각으로 공부한 학생들은 반드시 결과가 좋을 것이고 좋지 않아도 크게 후회하거나 원망하지 않겠지만 ‘낮에는 놀고 밤에 공부하지, 뭐’하고 반쪽 공부만 하는 학생들은 어떻겠습니까? 다행히 만족스런 결과가 나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낮에도 공부하고, 밤에도 공부했더라면’ 하고 후회할 것 아닙니까?

아예 공부는 포기하고 ‘에라, 모르겠다. 일단은 실컷 놀고 생각해 볼 일이다’고 하는 학생들은 보나마나 정신 차리면 후회뿐이고, 세월이 지나면 후회밖에 더 있겠습니까? 눈에 보이지 않습니까? 늦게야 깨달음이 있어 공부하려고 해도 그 때는 늦습니다. 아무리 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아 만족스런 대학진학은 그림에 떡입니다.

오늘 시험이 끝나더라도 시험이 하루 더 남아 있습니다. 공부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기말고사도 있고, 또 시험의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시험 때마다 ‘시험은 망칠 수 없다. 오직 공부뿐!’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자진해서 하도록 해야 합니다. 질질 끌려다니는 학생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선생님 눈치 보고 공부하는 학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부모님 눈치보고 해서도 안 됩니다. 자신을 위해서 자기 스스로 하도록 해야 합니다. 조으면 따라 오고, 느슨하게 풀어주면 도망가고 달아나는 그런 학생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학생들에게는 무엇보다 공부가 가장 귀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공부가 가장 우선순위에 와 있어야 합니다. 노는 것이 우선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는 것이 우선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음악 듣는 것이 우선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운동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컴퓨터 게임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노래방 가는 것이 우선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공부가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 공부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놀 때 놀아야 합니다. 잘 때 자야 합니다. 여가는 선용해 음악을 들어야 합니다. 수시로 운동해야 합니다. 가끔 컴퓨터 게임을 해야 합니다. 가끔 친구들과 머리를 식혀야 합니다.

우선순위가 참 중요합니다. 선수 칠 때 선수를 치야 합니다. 우선순위가 바뀌면 항상 지고 맙니다. 반드시 후회합니다. 바둑이 그러하지 않습니까? 학생으로서 무엇을 가장 우선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도록 해야 합니다. 거꾸로 하면 안 됩니다. 평소 때 잠을 자지 않고 공부하다가 시험 칠 때 놀고, 자고 하는 것은 거꾸로 하는 것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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