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는 선생님이, 공로는 학생이!

2006.10.12 13:17:00

요즘 아침, 저녁 온도차가 심한 것 같습니다. 아침에는 쌀쌀하고 낮에는 따뜻합니다. 저같이 약한 분들은 감기 걸리기 쉬우니 조심하셔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3학년 교육청 연합 학력평가로 인해 1,2학년 마지막 시험이 할 수 없이 내일로 연기가 되어 정상수업을 하게 됩니다. 수업이 힘들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 대통령이셨던 아브라함 링컨이 남북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게티즈버그 전투 때 마이드 장군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면서 보낸 짧은 편지 내용을 읽어 보았습니다. 그 내용은 이러합니다.

“ 존경하는 마이드 장군! 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모두 당신의 공로입니다. 그러나 만약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내게 있습니다. 만약 작전에 실패한다면 장군은 링컨 대통령의 명령이었다고 말하십시오. 그리고 이 편지를 모두에게 공개하십시오! - 아브라함 링컨, 미국 대통령”

마이드 장군에게 보낸 짧은 편지 속에서 링컨 대통령이 얼마나 위대한 분인가를 알 수가 있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작전이 성공하면 장군에게 공을 돌리고 작전이 실패하면 전적으로 책임을 자기에게 돌리라고 하는 그분의 성품과 리더십을 보면서 감탄하게 됩니다.

그분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를 이 짧은 편지 속에서도 대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바람직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 하고, 배우고 싶어 하고, 실천해 보고 싶어 하는 데 그걸 짧은 편지 속에서 배웠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는 리더입니다. 선생님이든 학부모든 학생이든 모두가 리더입니다. 리더십이란 영향력 아닙니까? 선생님은 배우는 학생들이 있으니까 모두 리더입니다. 학부모는 자녀가 있으니까 리더입니다. 3학년 학생들은 1,2학년 후배가 있으니까 리더입니다. 1학년 학생들은 동료가 있으니까 리더입니다. 그러니 리더십을 잘 발휘해야 합니다. 영향력을 잘 발휘해야 합니다. 좋은 영향력을 끼쳐야 합니다. 나쁜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좋은 선생님을 원합니다. 학생들은 좋은 선배를 원합니다. 좋은 영향을 받아서 좋은 사람 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동료선생님들에게,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영향을 미치는 좋은 선생님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링컨의 리더십을 본받았으면 합니다. 링컨 대통령은 보통사람과는 분명 달랐습니다. 장군이 작전에 성공하면 지시를 내린 대통령이 공을 인정받으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실패했더라면 말할 것도 없이 장군을 나무라며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링컨 대통령은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아침 교장실에 갔더니 수시모집에 불합격한 3학년 학부형이 찾아와 다른 학교보다 내신 성적이 나빠 중학교 때 자기보다 공부 못한 학생은 수시모집에 합격하고 자기애는 떨어졌다고 하면서 불평하고 불만을 말하더라는 겁니다. 교장선생님은 ‘우리학교만큼 3학년 담임 구성이 잘된 학교가 어디 있느냐? 얼마나 열심히 하고 계시느냐? 3학년 담임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가시고 나면 내년이 걱정이 될 정도다’라고 말씀하셨답니다.

자기애가 내신 성적이 나쁜 것은 공부를 안 했거나 덜했기 때문이지 학교에서 성적을 짜게 져서 그런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학교에서는 객관적이고 타당성 있는 문제를 출제해서 공정하게 평가를 한 것뿐인데 자기애 떨어졌다고 학교를 탓해서야 되겠습니까? 학생이 그렇게 말을 하더라손 치더라도 모두 자기 자녀 탓으로 인정해야지 선생님에게, 학교에 덮어씌우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제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3학년 담임선생님들에게 힘을 빼거나 기를 죽이는 말씀은 삼가셔야 합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3학년 부장선생님께 오늘 아침 '조금도 흔들리지 말고 누가 뭐라 해도 우리의 맡은 일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자'고 했습니다. '학부형이 누가 뭐라 해도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울산에서도 1차 수시모집에 고려대를 비롯해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합격했다고 교장선생님께서 교장회의 때 발표까지 했었는데 학부모님 중에는 그것도 모르고 자기애 떨어졌다고 학교만 탓합니다. 아직 2차 수시모집도 있고 정시도 남아 있으니 남을 탓하지만 말고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이 대학에 합격하면 공은 담임선생님을 비롯하여 여러 선생님께 돌려야 합니다. 수고는 학생이 했지만 영광은 선생님께 돌려야 합니다. 대학시험에 떨어지는 학생들이 많고 결과가 다른 학교에 비해 좋지 않으면 책임은 교감인 저가 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저가 총책임을 지고 이끌어왔기 때문입니다. 왜 담임선생님이 져야 합니까? 담임선생님은 최선을 다했기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학생들은 언제나 수고는 내가 하고 공은 선생님께 돌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선생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수고는 내가 하고 공은 학생들에게 돌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게 링컨 대통령께서 가르쳐 주시는 바람직한 리더십이 아닌가 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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