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열심'은 모두를 망친다

2006.10.21 11:11:00

요즘 날씨가 덥고 모기가 활개치는 이상한 가을입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은 가을 느낌이 물씬 풍기더군요. 하늘도 더없이 푸릅니다. 하늘은 더욱 높아 보입니다. 햇빛은 더욱 찬란합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주말 되셨으면 합니다. 가을꽃도 구경하시고 자연을 벗삼아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도 푸셨으면 합니다.

때가 때인 만큼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보기가 좋습니다. 특히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은 최후의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진지합니다. 오늘 아침 교실을 둘러볼 때도 3년 교실을 지나가는 나 자신이 움츠려집니다.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애를 씁니다.

학생들과 보조를 맞추며 함께 하는 선생님들이 너무 대단해 보였습니다. 어느 기간보다 더 중요한 기간이라 선생님이 계시지 않아도 조용하게 공부를 잘 할 터인데도 교실에서 동행교육을 하는 모습이 가을의 국화 향기처럼 더욱 진한 향기를 발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침 자습시간 교실을 돌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늘 한 구석에 있습니다. 1학년 어느 반 급훈이 ‘엄마가 보고 있다’입니다. 급훈처럼 엄마가 늘 보고 있는데 저렇게 아침마다 교실에서 공부하지 않고 자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일부이긴 하지만 왜 이렇게 그 좋은 아침시간부터 자고 있을까? 부모님은 새벽 일찍 일어나 음식을 장만해서 따뜻하게 먹여 단단히 공부 열심히 하라고 일러줄 텐데 그걸 잊어버릴까? 아니면 부모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지 않을까? 정말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가 볼 때는 잘못된 열심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웃에 사는 학부형 한 분은 자기 딸이 학교에서 야자 공부 끝내고 10시부터 학원에 가서 공부를 더 한 후 또 독서실에 가서 밤1시까지 공부를 하고 집에 온다고 합니다. 고 1학년인데도 말입니다.

이처럼 학생들이 야자 공부 끝내고 그것도 모자라 또 학원에 가서 공부 더 하고 또 밤1시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집에 들어가니 이런 학생들은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학교에 등교하면 아침부터 잠 잘 것 아닙니까? 수업시간에도 학원에서 다 배운 거다 하면서 또 자고 있을 것 아닙니까? 이런 열심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잘못된 열심은 자신을 망칩니다. 잘못된 열심은 학교생활을 망칩니다. 잘못된 열심은 가정을 망칩니다.

저가 총각시절 한 선생님은 낚시를 너무 좋아하였습니다. 시간만 나면 밤낚시를 즐깁니다. 너무 지나쳐 결국은 이혼을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을 보게 됩니다. 잘못된 열심이 가정을 결국 망치게 하더군요. 또 어떤 여선생님은 남편이 산을 너무 좋아해 시간만 나면 아내에게 ‘산,산, 산이 좋아 산에 간다’는 문자메시지만 남기고 혼자 떠난답니다. 그러면 가정이 어찌 되겠습니까?

잘못된 열심은 자신을 망칩니다. 아무리 늦게까지 공부하더라도 밤12시를 넘겨서는 안 됩니다. 그 이상의 공부는 자신을 해칠 뿐입니다. 그날 밤은 능률이 올라갈지 몰라도 그 다음날은 능률이 많이 떨어질 것 아닙니까? 결국은 자신의 건강도 해치고 리듬도 깨지고 자신의 꿈도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잘못된 열심은 학교생활을 비정상적으로 만듭니다. 수업시간 수업이 재미가 없어집니다. 선생님의 강의가 시시해 보입니다. 수업을 제대로 듣지도 않게 됩니다. 그러니 잠을 자게 되고 음악을 듣게 되고 휴대폰 가지고 장난치며 놀게 됩니다. 공부하는 학생들 방해만 놓습니다. 분위기를 흐립니다. 그러니 학력도 향상이 될 리가 없습니다. 돈만 낭비하고 시간만 낭비합니다. 불신만 초래하게 됩니다.

열심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좋은 열심이 있고 잘못된 열심이 있습니다. 좋은 열심은 더욱 가질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열심은 하루 빨리 없애야 합니다. 하루 빨리 고쳐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도 삽니다. 학교생활도 삽니다. 가정도 삽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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