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칭찬에 능해야 합니다

2006.10.22 18:01:00

선생님, 오랜만에 가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흡족하지는 않지만 미세한 먼지라도 씻어주니 좋은 것 같네요. 가을안개 속에는 미세한 먼지들이 너무 많아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던데 다행히 비가 내려 미세한 먼지를 깨끗하게 씻어주니 좋습니다.

저는 이 시간에 해도 해도 좋은 게 칭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까? 칭찬을 들으면 밥맛이 좋아지지 않습니까? 더 열심히 일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지 않습니까? 칭찬을 들으면 다 이룬 듯이 기분이 좋습니다. 칭찬을 들으면 세상이 다 자기 것으로 느껴지지 않습니까? 칭찬을 들으면 기쁨이 차오르지 않습니까? 칭찬을 들으면 흐뭇하지 않습니까?

저가 초등학교 때 공개적으로 칭찬을 받은 적이 한 번 있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운동장 조례시간에 저를 조례대 위에 불러 세우고는 전 학생들 앞에서 칭찬을 해 주셨습니다. 그 날 남들보다 일찍 등교해서 현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당번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더럽다 싶어 자진해서 쓴 것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교장선생님께서 보시고 칭찬을 해 준 것입니다.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크게 칭찬을 해 주셨습니다.나중에는 교육감상까지 주셨습니다. 그게 지금까지도 종종 생각이 나곤 합니다. 정말 흐뭇했습니다.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칭찬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약효가 오래갑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칭찬은 고래를 멍들게 하고 병들게 한다고 하면서 칭찬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기를 칭찬해 주면 좋아해도 남을 칭찬해 주면 상대적으로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배 아파합니다. 상대방보다 인정받지 못한다 싶어 시기합니다. 질투합니다. 노골적으로 자기 앞에서 남을 칭찬을 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비교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상대방보다 잘한다고 하면 좋아해도 상대방보다 못한다 하면 듣기 싫어합니다. 더 잘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상대방을 못하게 합니다. 오히려 칭찬하는 사람을 험담합니다. 깎아내립니다. 무엇이 어떻고, 무엇이 어떻고 하면서 좋지 않은 것을 드러냅니다. 자기는 몇 배 더 약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칭찬을 아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부모님들은 자식들을 잘 칭찬하지 않습니다. 열 가지 중 아홉 가지는 지적하고 질책하며 그 중 한 가지만 칭찬한다고 합니다. 칭찬에 너무 인색합니다. 질책하는 일에 능숙합니다. 좋지 않은 점만 보려고 합니다. 단점만 보려고 합니다. 인정하지 않습니다. 격려하지 않습니다. 칭찬하지 않습니다. 심한 부모님들은 한 가지도 칭찬은 하지 않고 열 가지 다 나무랍니다. 잔소리합니다. 지적합니다. 질책합니다. 채찍질합니다.

선생님들은 부모님들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습니다. 보통 열 가지 중 세 가지는 칭찬하고 일곱 가지는 지적한다고 하네요. 선생님들은 종종 학생들을 질책합니다. 나무랍니다. 학생들마다 가진 단점만 보려고 합니다. 그런 것들만 눈에 들어옵니다. 질책에 능숙합니다. 지적에 노련합니다. 나무라는데 끝내줍니다. 이러면 학생들은 기가 죽습니다. 집에서 열 받고 학교에서도 열 받습니다. 집에서 꾸중 들어 밥맛이 떨어져 있는데다 학교에서도 지적받고 질책 받으니 밥맛이 더 떨어집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칭찬을 해주지 않고 나무라기만 하고 지적만 하고 질책만 하니 설 곳이 없습니다. 항상 열등의식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의욕이 떨어집니다. 스스로 자신을 깎아내립니다. 스스로 포기합니다. 쓸모없는 인간으로 착각하며 삽니다. 그러니 쑥쑥 성장해야 할 나이에 잘 자라지를 못합니다. 성장이 막힙니다.

사람은 어느 누구도 칭찬받기 좋아하지 지적받고 질책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인정해 주기를 좋아하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선생님들로부터 인정받고 칭찬받기를 좋아합니다. 부모에게 인정받고 칭찬받기를 좋아합니다. 친구들로부터 인정받고 칭찬받기를 좋아합니다. 돈들지 않고 힘들지 않는 칭찬을 하도록 애써야 하지 않을까요?

너무 칭찬만 하면 교만하게 되고 게으르게 될 수도 있다고 하면서 칭찬을 아끼면 어떻게 됩니까? 알아주지 않는다고 칭찬받을 짓을 아예 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지적만 하고 나무라기만 하면 보나마나 열등의식에 사로잡히게 되고 포기하게 되고 의욕을 상실하게 됩니다. 반항의식만 커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적과 질책보다 칭찬이 낫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칭찬해야 합니다. 적어도 열 가지 중 일곱 가지는 칭찬하고 세 가지 정도는 지적 내지 질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떤 뿐은 열 가지 중 아홉 가지는 칭찬하고 한 가지만 지적하고 질책한다고 하는데 어쨌든 간에 칭찬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칭찬에 인색하지 말아야 합니다. 칭찬보다 질책에 능해서는 안 됩니다. 지적보다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작은 것이라도 인정해야 합니다. 작은 능력이라도 칭찬해야 합니다. 보잘 것 없어도 칭찬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학생들마다 가지고 있는 좋은 점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칭찬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삽니다. 학생들이 바르게 성장합니다. 크게 성장합니다.

이제 우리 선생님들은 칭찬에 능했으면 합니다. 칭찬에 익숙했으면 합니다. 칭찬에 노련했으면 합니다. 칭찬이 풍요로웠으면 합니다. 칭찬에 부한 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입에 늘 칭찬이 마르지 않았으면 합니다. 칭찬을 만드는 선생님이 되었으면 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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