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그렇게 쉽게 되나요?

2006.10.23 09:17:00


대학 동기 인터넷 카페 모임도 변하고 있다. 처음엔 카페 자체가 지지부진하더니 30여명의 회원이 생기니 카페가 활성화된다. 그 뿐 아니라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고 있다. 초기엔 저녁 먹고 이야기 조금 나누다가 헤어지더니 그 다음은 식사하면서 세상사를 비롯해 교육정보 교환 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냥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라이브 카페로 향한다. 7080 음악을 즐기며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러던 것이 더 발전하였다. 여기에 산을 찾는 건강 프로그램이 추가한 것이다. 지난 토요일 오후 리포터가 속한 카페 정기모임이 수원 칠보산(七寶山 238m)에서 있었다. 산높이가 낮고 능선이 부드러워 이 곳을 찾은 것이다. 등산하면서 대화를 틈틈이 나누니 일석이조다.

정상을 지나 전망대에 도착하니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린다. '아니, 이 산속에 웬 어린이들이?' 자세히 보니 한 둘이 아니다. 유치원 어린이마다 아버지들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다. 어느 유치원에서 단체로 등산을 온 모양이다.

그들은 전망대에서 칠보산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 촬영을 한다. 아버지들은 가슴에 아이 이름과 아버지 이름을 써서 붙이고 포즈를 취하는데 좌우에는 토끼 분장을 한 두 사람이 있다. 자식을 안고 있는 아버지는 자식과 함께 승리의 V자를 표시한다.

좋은 아버지 역할을 하려는 사람들로 보인다. 토요일 오후를 자식과 함께 하려는 것이다. 자식이 힘들어 하면 업고 올라오거나 무등을 태운다. 자식의 손을 잡아 이끌어야 한다. 또 좋은 선생님들도 보인다. 유치원 산행 계획을 세우고 풍선을 미리 설치하고 토끼 분장을 하며 추억의 사진을 만드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 그냥 올라와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분장을 하고 이 높이까지 올라온 것이다.

카페지기, 총무도 봉사정신이 있어야 한다. 카페 총무는 살림살이에 신경을 쓴다. 이번 산행에도 음료수, 과일, 빵 등의 간식을 준비하여 회원들 뒷바라지에 만전을 기한다. 카페지기는 여러 등산 코스 중, 회원들의 수준에 맞추어 코스 선두에 서서 일행을 안내하고 좋은 식당으로 인도해야 한다. 카페 회원 다수가 만족해야 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세상사 그냥 저절로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작은 일에도 주관하는 사람은 준비에 철저를 기해야 하고 소속 구성원들의 능동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일도 이와 마찬가지다. 아무런 공들임 없이 일이 성공적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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