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때 배우는 지혜

2006.10.25 08:55:00

오늘 아침 날씨가 참 좋습니다. 바람도 불지 않습니다. 하늘도 맑게 개었습니다. 약간 싸늘하기는 했지만 여행하기는 그럴 수 없이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우리학교 1학년 학생들이 조금 전 7시 15분에 버스 13대가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먹구름이 끼이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올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날씨를 맞이하니 우리의 여행길을 축복해 주는 듯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교장선생님께서 다녀오시게 되어 저로서는 고맙기도 하고 한편 미안하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의 버스를 타는 부담이 있지 않습니까? 여행의 일정을 학생들과 함께 100%소화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지 않습니까? 혹시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도 생길 것 아닙니까? 이런 부담을 덜게 되니 저는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2학년이 오늘부터 수련활동을 가게 되니 거기에도 다녀와야 합니다. 3학년 학생들이 수능을 앞두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여기에도 있어야 합니다. 오히려 마음이 세 군 데나 가 있어야 합니다. 1,2,3학년 모두가 일정에 따라 아무런 문제없이 잘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며칠 전 ‘여행할 때 배우는 지혜’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여행할 때 배우는 지혜가 겸손의 지혜, 유연함의 지혜, 감사의 지혜, 자기관리의 지혜, 좋은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지혜였습니다. 이 글을 읽고서 수긍이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이 겸손의 지혜를 배웠으면 합니다. 가는 곳마다 낯습니다. 가는 곳마다 물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이 자꾸 물어야 합니다. 자신을 낮추어야 합니다. 알 때까지 물어야 합니다. 해결될 때까지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고생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야 쉽게 해결됩니다. 그래야 빨리 깨우칩니다.

다음은 유연함의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여행 중에는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생깁니다. 그때마다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지 않습니까?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듯이 우리들은 수많은 학생들, 다양한 학생들을 대하다 보면 전혀 예상치 않은 일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때마다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언젠가 한 선생님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저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 없느냐고요. 없다고 하시면서 학생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하시더군요. 우리는 언제 어떤 학생에게 어떤 스트레스를 받을지 모릅니다. 그 때마다 지혜롭게 잘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행할 때 잘못하면 방심하게 됩니다. 인간은 아는 사람이 없는 곳,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 가게 되면 죄의 유혹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들은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하도록 지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하게 됨을 보게 됩니다. 어느 날 오후 쉬는 시간에 두 학생이 실내화를 신고 밖에 나가다 저에게 불러와 지적을 받았습니다. ‘왜 너희들을 불렀는지 알겠나? 예. 무엇 때문이야? 실내화를 신고 밖에 나왔습니다. 빨리 교실에 가서 바꿔 신고 나오라’고 했습니다.

둘 다 가더니만 저의 시야에서 벗어나니 다시 실내화를 신은 채 다시 운동장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다시 불렀습니다.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니 그 때는 반응이 조금 다르더군요. 한 학생은 눈물을 보이더군. 그리고는 교실로 갔습니다. 이와 같이 학생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언제나 자기 마음대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잘못된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자기관리가 부족하면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우리들은 남이 볼 때는 잘 합니다. 남이 보지 않을 때는 잘 하지 않습니다. 안 볼 때 더 잘하는 학생이 자기관리를 잘하는 학생 아니겠습니까? 자기관리 잘하는 선생님, 자리관리 잘하는 학생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애써야 할 것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배워야 합니다. 집을 떠나면 그 때부터 고생 아닙니까? 당장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식구들 생각이 납니다. 집이 그리워집니다. 집에서 해주는 음식이 생각납니다. 나가면 아무것도 맞지 않습니다. 음식도 그렇고 잠자리도 그렇고 모든 게 그렇습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부모에 대한 감사의 마음,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 자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배워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만남의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가는 곳곳마다 아름다운 자연을 만납니다. 평소에 보지 못한 아름다운 자연을 만납니다. 여러 사람을 만납니다. 이런 만남을 통해 만남의 유익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 좋은 친구와의 만남, 좋은 책과의 만남이 나를 아름답게 만들고 윤택하게 만들고 내면을 살찌게 만들 것입니다.

저가 읽은 글에는 이런 글이 나옵니다.

“여행할 때 배우는 지혜는 좋은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지혜입니다. 인생은 만남입니다. 만남 가운데 좋은 만남이 우리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어갑니다. 새로운 만남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만남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들은 언제나 좋은 말씀과의 만남, 좋은 분들과의 만남, 좋은 책들과의 만남을 통해 날마다 자신을 가꿔가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이 좋은 것입니다. 좋은 것이 우리에게 머물도록 하는 것이 좋은 것입니다. 좋은 것이 우리에게 머물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좋은 만남을 가꾸어야 합니다.

이번 2박 3일간의 수학여행을 통해서 다섯 가지의 지혜를 배웠으면 합니다. 겸손의 지혜, 유연함의 지혜, 감사의 지혜, 자기관리의 지혜, 좋은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지혜를 얻고 돌아오셔야죠. 건강하게, 무사하게, 편안하게 잘 다녀오셨으면 합니다. 오늘 출발할 때 아름다운 모습을 27일 저녁 때 다시 보기를 기대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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