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설물을 보면 열받습니다

2006.10.26 09:08:00


학교 시설물, 처음 할 때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교장이나 행정실장이 실력이 부족하여 설계도 할 줄 모르고 주먹구구식으로 그냥 대강하려면, 엉터리로 하려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다. 후임자가 그 잘못된 것을 부수고 다시 하려면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예산 낭비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오늘 S중학교에 실외에 있는 수도꼭지를 보고 하는 말이다. 설계의 기본도 모르고 상식도 없고 교육의 '교'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엉터리 수도꼭지를 만들어 놓고 학생들더러 이용하라고 하니 코웃음만 나온다.

우선, 기본인 수도꼭지 간격이 일정하지 않고 양쪽 가장자리 수도꼭지, 즉 앞뒤 4개의 꼭지는 벽에 붙어 있어 이용하기가 매우 불편하다. 꼭지 손잡이와 벽과의 거리는 1Cm 정도이니 꼭지를 돌리거나 손을 씻으면 손이 벽에 닿는다. 이렇게 되면 4개의 꼭지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총 10개의 꼭지 중 40%가 처음부터 실패작인 것이다.

이 수도를 이용하다가 오히려 다치기 십상이다. 이걸 수도꼭지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렇게 사물을 보는 눈이 없을까? 또 이런 잘못된 시설물이 몇 년이 지나도록 개선되지 않고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아마도 후임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발견은 했어도 예산타령을 할 것이다.

선배 교장이나 행정실장을 헐뜯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도 교육에 몸을 담았으면 학생과 교육과 안전을 생각하면서 최소한도 10년앞은 내다보고 시설물을 설치해야지 요즘말로 개념 없이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깨우고 싶어 하는 말이다.

요즘엔 이렇게 하는 교장이나 행정실장은 없다고 본다. 그 학교에 근무하는 학생과 교직원으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그런 시설물을 설치하는 교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범위를 확대해 학교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 뒤 그 학교에 근무하는 누군가가 어느 시설물을 보고 "그 당시 이것을 설계하고 만든 사람, 정말 안목이 높은데"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학교 시설물 한번 설치하면 수십 년을 가기에 안타까워 하는 말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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