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보관대를 옮겨야겠어요˝

2006.11.02 09:04:00


"교감 선생님, 자전거 보관대 옮길 장소를 정해야 겠어요."

오늘 아침 교장 선생님 말씀이다. 분명히 우리 학교에는 식당 뒤에 자전거 보관대가 있다. 그런데 그 장소를 옮겨야 한다는 말씀이다. 보관대가 있는데 학생들은 자전거를 그 곳에 세우지 않고 바로 옆 가스관에 매어 놓는다. 그것을 보고 하신 말씀이다.

학교 자전거 보관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자전거 주인에게 억울한 피해를 주고 있다. 왜일까? 바로 보관 장소가 잘못 선정되었다. 식당 뒤 구석진 곳에 있다보니 감시의 시야가 벗어난다. 그러다 보니 주인이 아닌 학생이 자전거를 만지고 페달을 돌리다보니 자전거가 고장이 나는 것이다.

자전거 주인은 다른 학생들이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 하려고 생각해 낸 것이 가스관에 매어 놓는 것이다. 그리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려 한다. 스스로 취하는 궁여지책인 것이다. 멀쩡한 자전거가 범인도 잡을 수 없는 상황 하에서 고장이 나거나 수리비가 들어가면 정말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없다.

교감과 교장 신경 쓸 일이 하나 늘었다. 바로 가장 좋은 자전거 보관소 장소를 정하는 일이다. 즉시 교정을 돌아보았다. 자전거 보관대 옮길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서다. 후보지 몇 곳이 선정되었다.

교감 나름대로 우리 학교 자전거 보관 장소의 조건을 생각해 보았다. 첫째, 교직원·학생들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곳 둘째, 도난을 예방할 수 있는 곳 셋째, 안전한 곳 넷째, 이동에 편리한 곳 다섯째, 학생들과 가까이 있는 곳 여섯째, 학년별 분리가 가능한 곳 등.

이런 조건을 만족시킬 장소를 찾는 것이다. 그래야 자전거 주인이 안심하고 수업에 임할 수 있는 것이다. 자전거가 언제 누구에 의해 부서질 줄 모르는 상황에서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은 뻔하다. 그렇다고 쉬는 시간마다 와서 이상 유무를 점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 학교에서 교감과 교장이 새로 정한 자전거 보관대 장소다. 2,3학년은 식당 옆(2,3,4층 교실에서 감시가 가능하고 통학 이동 거리가 단축됨), 1학년은 본관 뒤(별관 1학년 교실에서 바라다 보이며 교직원 화장실이 가까이 있음. 통학 이동거리가 단축됨)

그러고 보면 학교에서 하는 일 하나하나가 다 교육적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 그냥 빈 자리에 보관대를 설치하면 엉뚱한 피해자만 생겨 교육불신을 가져온다. 때론 학생들에게 범죄의식을 심어 주게 된다. 교감과 교장은 여기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왜, 자전거가 가스관에 묶여 있는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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