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나눔입니다

2006.11.03 16:50:00


어제 아침은 부장모임이 있었습니다. 끝날 무렵에 교장선생님께서 말씀이 계셨습니다. 전날 오후에 우리학교 담 너머에 있는 신정2동 동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전화 내용은 ‘교장선생님, 교문 앞에 있는 화분에 양배추를 심겠습니다.’이었다고 합니다.

전화를 받고 교문에 나가보니 동장님께서 직접 직원 세 사람을 데리고 와서 큰 화분에다가 겨울 내내 피는 양배추를 심더라는 겁니다. 그리고는 학교 안에 심을 겨울꽃 양배추 300본을 구해서 심어주겠다고 하더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동장님과 같은 분이야말로 학교와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손수 행동으로 보여주신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걸 돈으로 계산해 봐야 얼마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학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몇 십배 몇 백배의 가치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직원을 시켜도 될 법한데 그렇게 하지 않고 직접 함께 오셔서 손수 심어주고 가셨다니 신선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동장님은 나눔이 주는 유익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삭막한 겨우내내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겨울꽃을 심어주는 그 마음은 겨우내내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물론 학생들도 신정2동 사무소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고 언제나 베풂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고 학교에서도 언제라도 나눌 수 있는 게 있다면 나누어 주려고 할 것입니다.

조금 전에 교장실에 들어가니 동사무소 직원과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니 우리학교에서 원로선생님께서 손수 키운 국화 5본을 보내주겠다는 것입니다. 참 잘하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에게 따뜻한 선물을 선사했으니 우리도 마땅히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무엇이든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오고가는 정을 실감하는 오후라 기분이 참 좋습니다.

저는 엊그제 ‘나눔의 미학’이라는 글을 읽었는데 거기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떤 부자가 있었습니다. 집 앞에는 작은 공터가 있었는데 동네 사람들은 그 공터에 쓰레기를 버렸습니다.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공터에서는 악취가 풍겼습니다. 부자는 ‘여기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라는 팻말을 붙여봤으나 소용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골에서 늙은 아버지가 부자 아들을 찾아왔습니다. 쓰레기장이 되어 버린 집 앞의 공터에 팻말을 뽑아 쓰레기와 함께 태워버리고 삽과 괭이로 공터를 일구어 씨앗을 심었습니다.

얼마 후 공터에는 새싹이 돋아났고 이내 먹음직한 시금치가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필요하신 분은 조금씩 뜯어 가십시오!’라고 커다랗게 팻말을 써붙였습니다. 그 후부터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서 저는 ‘교육은 나눔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눔은 자기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유익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전에도 한 번 말씀 드렸듯이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성품을 나누어주는 것이 교육입니다.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전문지식을 아낌없이 나눠져야 학생들에게 유익이 됩니다. 그리고 선생님에게도 유익이 됩니다.

자꾸만 나누어 주어야 더욱 새로운 것 나누어주기 위해 연구할 것 아닙니까? 아까워 나누어주지 않으면 가지고 있는 지식은 아무 쓸모가 없게 됩니다. 세월이 지나면 낡아집니다. 세월이 지나면 학생들보다 뒤처지게 됩니다. 지식은 솟는 샘과 같습니다. 계속해서 퍼내어야만 더욱 깨끗한 좋은 물이 솟아나지 않습니까?

선생님들이 자꾸만 나누어 줌으로 더욱 부지런하게 됩니다. 더욱 노력하게 됩니다. 더욱 연구하게 됩니다. 더욱 책을 보게 됩니다. 더욱 새로운 지식을 얻으려고 애를 쓰게 됩니다. 그렇게 함으로 더욱 실력 있는 선생님이 될 수 있습니다. 더욱 존경받는 선생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학생들도 더욱 선생님의 가르침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권태를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기다릴 것입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학생들은 더욱 많은 지식을 얻게 됩니다. 보다 정확한 지식을 얻게 됩니다. 과목마다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과목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 과목에 대해 더욱 열심히 공부할 것입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할 것입니다. 선생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선생님의 가지고 계시는 좋은 성품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선생님의 성실, 선생님의 열성, 선생님의 믿음, 선생님의 사랑, 선생님의 선행, 선생님의 언행, 선생님의 말, 선생님의 모습까지도 학생들에게 나눠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나 선생님의 성품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혹시 불성실하지 않나? 게으름을 피우고 있지 않나? 가르침에 열성이 식어가고 있지 않나? 학생들에게 신뢰가 떨어지지 않나? 학생들에게 사랑을 나누어주고 있나? 좋은 일을 하는 데에도 모범을 보이고 있나? 언제나 말과 행동에 본을 보이고 있나? 나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까? 등을 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에게 좋은 성품을 나눠 줄 수 있습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본을 받습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성실하게 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열성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선생님을 신뢰하고 따르게 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선생님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래야 학생들의 말과 행동도 변합니다. 그들의 선행도 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의 성품은 나날이 변질되고 맙니다. 나쁜 데로 변질되고 맙니다. 좋지 않은 면으로 변질됩니다. 나중에는 공터에서 악취를 풍기듯이 학생들에게 악취를 풍기고 맙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자꾸만 선생님을 향해 쓰레기를 버리게 됩니다. 더욱 악화되어 갑니다.

선생님은 원래 모습대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니 원래 모습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꾸어져야 합니다. 악취나는 쓰레기장을 태우고 팻말을 태우고 그 땅에 갈고 일구듯이 그러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는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 성실, 근면, 열성, 믿음, 사랑, 선행, 말과 언행의 모범 등의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 그리고는 시금치가 자라 누구든지 가지고 가게 하듯이 모든 좋은 성품들이 자라 그것을 학생들이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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