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의 기본적인 자세

2006.11.06 20:16:00

오늘 오후는 날씨가 좀 다릅니다. 내일이 입동이라 그런지 날씨가 예사롭지가 않네요. 비가 오고 온도가 많이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몸이 움츠려집니다. 고3학생들은 더욱 차가움을 느끼리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수능을 향한 열기로 따뜻해졌으면 합니다.

오늘 오전에 교장실에 들어갔더니 한 학부형으로부터 전화가 와 통화를 하고 계시더군요. 1학년 학부형인데 교장선생님께 면담을 요청하셨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학생이 어떤 학생인지 알아보기 위해 생활기록부를 보고 담임선생님께 물어보았습니다.

담임선생님은 학생으로부터 받은 여러 반성문을 가지고 와서 저에게 말했습니다. 이 학생은 결석이 잦고 조퇴도 지각도 자주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성적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애가 학교에 오지 않으면 담임선생님은 집에 전화를 합니다. 그러면 부모는 애가 학교에 가지 않았느냐고 오히려 반문을 한답니다. 또 어떤 때는 조퇴를 하고 나서는 집에도 가지 않고 공원에 가서 빈둥빈둥 논다고 한답니다.

친구들은 실업계에 다 갔는데 자기만 아버지께서 울산여고를 고집해 우리학교에 오게 된 것입니다. 가정형편은 그런대로 넉넉한 편인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는 회사에, 어머니는 갈비식당을 하고 있습니다. 실업계에 가야 되는 이 학생이 부모 때문에 인문학교인 우리학교에 왔으니 적응이 될 리가 없습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실업계에 전학을 가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데다 공부에 관심이 없습니다. 거기에다 보충수업, 자율학습을 하게 되니 적응할 리가 있겠습니까? 담임선생님께서 이 학생 때문에 애를 먹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도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하니 어떤 때는 달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꾸중을 하기도 하지만 변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얼마나 그 학생 때문에 속이 상하겠습니까?

담임선생님도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지도하시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학생이 사흘이 멀다하고 잦은 결석을 하고 무단 조퇴를 하고 지각을 하고 하니 귀가 찹니다. 부모님에게 전화를 하면 부모님은 애 편을 듭니다. 자기애가 학교에 적응을 잘못하는 것을 학급 학생들에게 화살을 돌립니다. 심지어는 담임선생님께 화살을 돌립니다.

저도 이 소리를 듣고 열이 났습니다. 짜증이 났습니다. 부모님이 문제가 있으니 자녀도 문제아로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학교에 방문하는 목적도 다름이 아니고 애가 학교에 적응도 잘 되지 않고 하니 외국에 보내려고 하는데 결석을 기타결로 좀 해주면 어떠냐고 하는 걸 담임선생님께서 학교의 규정에 따라 하겠다고 하니 교장선생님을 찾아오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담임선생님께 그 학부형이 오시면 조금도 기죽지 말고 따끔하게 말씀드리라고 했숩니다. 자기애가 학교에 적응 못하는 것을 담임에게 덮어씌우고 학급 학생들에게 덮어씌우는 그런 학부형이 어디 있느냐고 말입니다. 그리고 결석을 만약 하면 결석 규정에 따라 처리학겠다고 말입니다.

학부모의 책임전가는 그 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급 학생들에게도 담임선생님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그 학생이 조금이라도 달라지겠습니까? 먼저 그 애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부터 가져야 합니다. 무엇 때문에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지? 무엇 때문에 결석을 하고 지각을 하고 조퇴를 하고 공원에 돌아다니고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께서 최선을 다해 지도하고 계시니 고맙다고, 우리 애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다고, 우리애가 문제가 많아 얼마나 속이 상하느냐고 위로전화라도 해드리고 우리애가 학교를 가는지 안 가는지, 공부를 하는지, 안 하는지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게 자녀교육의 기본 아닙니까? 그게 부모님의 바른 자세 아닐까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해결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외국에만 가면 생활이 반듯해 지고 성적이 향상되고 좋은 대학에 가리라는 망상도 버려야 합니다. 방학이면 모르지만 학생들이 다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자기애는 외국에 보내려고 하는 생각도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 이상 담임선생님을 힘들게 하지 말아야죠. 더 이상 담임선생님을 괴롭히지 말아야죠. 더 이상 책임을 전가시키지 말아야죠. 담임을 신뢰하고 담임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애에게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학부모의 기본적인 자세일 것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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