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자기 얼굴입니다

2006.11.13 21:51:00


우리학교는 오후 3시 50분부터 4시 10분까지는 청소시간입니다. 1년 내내 똑같습니다. 청소시간이 되면 부드러운 음악이 나옵니다.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청소구역으로 가십니다. 청소시간이 즐겁습니다. 청소시간이 아름답습니다. 청소시간이 마음에 여유를 찾는 시간이니 좋습니다. 청소시간이 없으면 종일 교실에 앉아 있어야 하고 교무실에 앉아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얼마나 지겹고 따분하겠습니까?

우리학교 학생들은 청소를 참 잘하는 편입니다. 대부분 착합니다. 대부분 열심히 합니다. 대부분 자기 할 일을 잘 합니다. 여학생이라 그런지 몰라도 청소시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쉬면서 청소합니다. 그냥 음악 들으면서 청소합니다. 그냥 이야기하면서 청소합니다. 그냥 춤추며 청소합니다. 그냥 가볍게 청소합니다. 그래서 청소시간이 바로 고역의 시간이 아니고 기쁨의 시간입니다.

오늘 청소시간에 청소하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담았습니다. 한 학생이 현관 앞 마당을 쓸고 있는 것을 담았습니다. 조례대를 쓸고 있는 학생들을 담았습니다. 분리수거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운동장 계단을 쓸고 있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음악실, 무용실에 들어가는 입구의 청소모습을 담았습니다. 교문을 쓸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청소를 끝내고 운동을 하는 학생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청소를 하지 않고 실내화를 신고 나가다 붙잡혀 지도를 받고 있는 모습도 담았습니다. 아쉽지만 음악은 담지 못했습니다.

학교 청소 잘하는 학생이 집에 가서도 집안 정리를 잘 합니다. 학교에서 성실한 학생이 집에서도 성실합니다. 학교에서 부지런한 학생이 집에서도 그러합니다. 학교에서 남이야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일을 알아서 하는 학생은 집에서도 그러합니다. 학교에서 깨끗하게 할 줄 아는 학생은 집에서도 그러합니다.

학교에서 불성실한 학생은 집에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 게으른 학생은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 청소시간 돌아다니는 학생은 집에서도 그러합니다. 학교에서 깨끗하게 하지 못하면 집에서도 그러합니다. 학교에서 지저분하면 집에서도 그러합니다. 학교에서 어질고 다니면 집에서도 어질고 다닙니다. 학교에서 꾸중을 들으면 집에서도 그러합니다.

자기 입밖에 모르는 학생은 아무데나 버립니다. 오늘 3교시 교실을 둘러보니 한 학생이 귤껍질을 골마루에 버려놓았습니다. 자기 배만 채울 줄만 알았지 학교 환경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청소하는데 몇몇 학생들은 실내화 신고 밖에 나가고 하는 학생은 집에 가서도 서로 연락하고 모여 못된 짓 합니다.

학교생활에 충실해야 가정생활도 충실합니다. 가정생활이 충실해야 학교생활도 충실합니다. 이러한 학생이 사회에 나가도 충실합니다. 믿음직한 사람이 됩니다. 그러한 사람이 많아야 살기 좋은 세상이 됩니다. 깨끗한 세상이 됩니다. 희망이 있는 세상이 됩니다.

학생들이 청소시간에 성실을 배워야 합니다. 학생들이 청소시간에 근면을 배워야 합니다. 학생들이 청소시간에 진실을 나타내야 합니다. 학생들이 청소시간에 청결을 배워야 합니다. 학생들이 청소시간에 협동을 배워야 합니다. 학생들이 청소시간에 이기심보다는 이타심을 배워야 합니다. 학생들이 청소시간에 여유를 배워야 합니다. 학생들이 청소시간에 질서 속의 자유를 배워야 합니다.

휴지를 줍는 것도 배워야 합니다. 휴지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도 배워야 합니다. 쓰레기를 보면 내가 치운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는 마음도 가져야 합니다. 내가 먼저 줍고 내가 먼저 쓸고 하는 손이 되어야 합니다.

구석진 곳에 눈을 돌려 발걸음을 옮길 줄 아는 발이 되어야 합니다. 쓰레기통을 비울 줄 아는 발이 되어야 합니다. 분리수거를 할 줄 아는 발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이러한 학생들이 되도록 철저히 지도해야 합니다.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게 삶의 기본입니다. 이게 삶의 출발입니다.

자기 얼굴에만 관심이 있지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 관심이 없으면 안 됩니다. 자기 얼굴만 꾸밀 줄 알지 내가 몸담고 있는 교실에 관심이 없으면 안 됩니다. 자기 얼굴에만 화장할 줄 알지 환경미화에 관심이 없으면 안 됩니다. 자기 얼굴이 지저분한 것을 못 봐 주는 것처럼 학교의 지저분한 것도 못 봐 주어야 합니다.

자기 얼굴만 거울로 보지 말고 내 학교, 내 교실, 내 주위도 거울로 보아야 합니다. 자기 얼굴을 언제나 깨끗하게 꾸미듯이 내 학교, 내 교실, 내 주위도 깨끗하게 꾸밀 줄 알아야 합니다.
학교는 자기 얼굴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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