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소대장의 수치입니다˝

2006.11.18 20:38:00

"소대장(담임)의 수치입니다. 군대 조직 용어를 동원하여, 좀 비유가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만…. 사단장(교장), 연대장(교감)이 병사(학생)들 용의복장을 나서서 지도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저는 이것이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소대장은 일탈 소대원들의 발생을 최소화하고 중대장(학년부장)이나 대대장(학생부장)에게 넘기는 것을 가급적 지양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생활지도는 소대장 선에서 처리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것이 정상적이고 잘 돌아가는 학교 조직체입니다."

웬, 뜬금없는 소대장(담임) 타령? 리포터가 근무하는 지역에서 학생지도와 관련하여 근래 몇 건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꺼내어 놓고 떠벌릴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추고 쉬쉬할 일도 아니다. 교감과 교장이 학생 생활지도에 섣불리 나섰다가 사건에 휘말린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요즘 학생들 정말 말 아니 듣는다. 담임도 처음엔 의욕 갖고 지도해 보았으나 여러 차례 지도가 먹혀 들지 않자 포기 단계에 이른다. 가정에서 부모도 포기한 그들은 학교의 포도대장인 학생부장도 무서워 않는다. 인권을 내세우며 학교 규정과는 담을 쌓은 듯 자기 하고싶은 대로 하려 든다. 머리 모양과 복장이 '이건 학생이 아니다' 싶은 것이다.

그렇다고 규정대로 처벌을 하려니 숫자가 너무 많아, 교과지도도 벅찬데 거기까지 신경 쓰다간 오히려 수업에 지장을 주니 생활지도는 방관 지경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학교 규율, 기강이 무너져내리고 마는 것이다. 포도대장이 지쳐서 맥을 못출 때 '학생들 제멋대로의 무질서의 세상'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학생들의 거지 스타일의 머리, 복장 위반, 학생답지 못한 행동 등을 더 이상 참고 볼 수 없어, 교감과 교장마저 그대로 있다간 '이건 학교가 아니다' 싶어 몇몇 뜻있는 교감과 교장이 학생지도에 나선다. 나설 수 밖에 없는 막다른 상황에까지 이른 학교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평상 시 담임과 학생부장 말을 듣지 않던 그들에게 교감과 교장의 말이 먹혀 들지 않는다. 직위가 그들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다. 위엄도 먹혀들지 않는다. 평소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 이루어지는 지도와 훈계가 그들에게는 귀찮은 잔소리로만 들리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그냥 넘어갔는데 자신이 재수 없게 걸렸다고 생각하는 그들이다. 마음의 자세가 긍정적이지 못한 그들에게 교감과 교장의 이야기는 쓸데없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듣는 태도가 불손하고 말대꾸하고 때론 '잘못이 없다'고 항변까지 하고 억울해 한다.

너무나 어이 없는 상황에 처한 교감과 교장은 '그래도 참아야 하는데'를 잊고 '아니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학생'하면서 손찌검을 한다. 교육을 이해 못하는 학부모는 이것을 이용해 학교의 약점을 잡았다 하고 학교를 협박한다. 이런 경험을 몇 번 당한 학교는 아예 학생지도에 손을 놓는다. 학교는, 교육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교감과 교장이 학생지도에 힘을 합치는 것은 좋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앞장 설 경우, 담임과 학생부장은 손을 놓고 이방인이 되고 만다. 교감과 교장이 나선다고 생활지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장에서 사령관이 지휘를 해야지 직접 사격을 한다고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은 아닌 것이다.

교감과 교장. 힘이 들더라도 담임과 학년부장, 학생부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학생지도를 포기하지 않도록 용기를 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교감과 교장이 학생을 직접 지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잘 하는 학생에 대한 칭찬과 격려, 잘못하는 학생에 대한 애정어린 질책과 용서에 머물러야지 소대장처럼 지도하다간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소대장(담임)의 수치란 무엇일까? 학급 생활지도를 포기하여 방관자로 있거나 일탈 학생의 지도력에 한계를 느껴 학생부로 넘기거나 교감과 교장이 생활지도에 나서게 만드는 담임의 능력 부족을 꼬집는 말이다. 사실, 담임이 포기한 학생은 교감과 교장도 지도할 수 없는 것 아닐까? 교감과 교장에게도 무한한 인내(忍耐)가 필요한 요즘 학교 현실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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