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이런 전화를 받게 된다. 학생의 징계에 대한 학부모의 불만사항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일으킨 여러 가지 일탈 행위에 대한 학교의 처벌이 정당한가에 대한 전화문의이다. 사실 요즈음 우리 학생들은 너무나 겁 없이 아무 일이든지 저지르고 만다. 며칠 전에는 자신의 여자 친구를 자기 몰래 만났다고 하여 칼로 찌른 사건이 일어났다. 정말 무서운 우리 아이들이다. 이렇게 무서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매사에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때리고 부순다.
수업시간에도 선생님의 지시에 불응하기 일쑤다.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 나무라면 선생님에게 대들고 욕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정말 우리 아이들이 제멋대로 자라나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어린 시절 우리들이 다녔던 학교와 비교되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우리 아이들이 저렇게 제멋대로 날뛰고 있을까?
그러면서도 또한 반성을 하게 된다. 우리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옛날을 그리워하면서 억압적이고, 일방적으로 그들을 길들이려고 하지는 않은지? 아이들이 조금만 까불어도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 매사를 어른의 시각에서, 선생님의 자리에서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 옛날이야 어찌했든 이제 우리가 눈높이를 낮추어야 한다. 아이들의 자리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면서 그것의 의미와 부작용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일깨워주어야 한다. 옳다 또는 그르다고 단정적으로 가르치기보다는 스스로 판단하도록 유도하고 배려하여야 한다.
학부모님 또한 변화하여야 한다. 자신의 아이들의 행동이 어떠하든 자신의 아이들이 한 짓은 모두가 귀엽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들은 어렸을 적 소위 ‘밥상머리 교육’ 또는 ‘격대교육’(아버지나 어머니가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자들을 직접 가르치는 일)을 통해서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교육을 받아왔다. 나의 행동이 남에게 손해를 주지 않은지 또는 불편하게 하지 않은지를 늘 생각하게 하였다.
그런데 요즈음의 부모들은 무조건 자기의 아들딸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가장 잘 낫고, 가장 예쁘고,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함함한다’고 한다. 물론 그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무조건 감싸는 태도는 바꿔야 한다. 일방적 감싸기에서 벗어나 여러 사람들 속에서 바라보아야 하고, 사회 속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음식점이나 공공장소에서 제멋대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는 부모님들이 있는 한 우리 교육은 학부모의 입살에 벗어날 수 없다. 만일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제멋대로 할 때, 선생님이 꾸중하고 나무란다면 학부모들은 바로 그 선생님을 야속하다고 할 것 아닌가?
가정의 교육적 기능 회복과 학부모의 교육적 마인드 공유를 제안한다. 내 자식만을 무조건적으로 편애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불어 사는 가는 공동의 가치와 기준에 맞는 행동을 하도록 일깨우고 가르쳐야 한다. 또한 학교의 규칙을 준수하도록 함께 도와주어야 한다. 물론 학교의 처벌기준이 완벽하지 못한 것도 인정한다. 지나치게 자신의 아이를 사랑한 나머지 학교에서 부과하는 처벌에 대해서 거부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오히려 학교의 규칙을 존중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학부모가 학교의 규칙을 존중할 때 아이들도 학교의 규칙을 존중한다.
학교폭력으로 야기되는 가피해자간의 대립을 보면 학생을 키우는 부모들의 바른 태도가 아닌 것 같아 안타깝다. 요즈음에는 끝까지 간다. 고소 고발에 많은 금전적 요구까지 사회의 일반 범죄와 같이 취급되고 있고 똑같은 방법으로 해결되고 있다. 잘못에 대해서는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라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부모로서, 선생님으로서, 존경받는 사회의 어른들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을까 하는 자괴감에 빠진다.
왜 이런 일이 생기고 있을까? 학부모나 일반 사회인이 학교의 교육적 기능을 지나치게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여차하면 경찰에 선생님을 고발하고 있는 현실이고 보면 당연할 귀결인가도 모른다.
이런 일을 작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이런 일이 제대로 지도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절차와 규칙을 무시하고 자란 아이들이 장차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결코 소홀이 하거나 간과할 일이 아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갖게 하는 교육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내 자식만을 생각하는 소아적 발상을 버리고 어떤 것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