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행감의 문제점 개선하라

2006.11.29 14:03:00

해마다 가을 정기국회가 열릴 즈음이면 정부 각 부처와 행정기관에서는 국회의원 요구 자료 제출에 정신이 없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및 각급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이 시기에는 전 공무원이 국회의원의 요구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학교의 경우 가르치는 일보다 급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겨우 하루 이틀 시간을 주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단 몇 시간 만에 자료를 제출하라는 경우도 있다.

참여정부 이후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현장을 개혁하려고 몸부림을 하였건만 이것만은 혁신의 대상이 아닌 것 같아 안타깝다. 학교 현장의 혁신 과제 중에는 “수업저해 요인 줄이기”라는 과제도 있다. 그러나 이맘때쯤이면 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수업이야 어찌 됐든 상급기관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만들어 대기에 급급하다. 사정이 급하니까 공문으로 요청하기도 하고, 때로는 “긴급”이라는 업무 연락을 하여 재촉하기도 한다.

문제는 해마다 같거나 비슷한 통계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2, 3년 전의 통계 자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학교 현장에서는 난리가 난다. 케케묵은 공문서철을 뒤져야 하고, 그 해의 업무 담당자를 찾아야만 한다. 이런 큰 소란이 한 달 내내 이어지고 있다. 그것도 해마다 되풀이 되면서 말이다.

또한 이런 자료 요구를 국회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위원들이 요구하고 지방의회의 교육복지위원회에서도 한다. 국회의원이 요구하는 자료와 교육위원, 지방의원들이 요구하는 자료가 비슷하거나 같은 경우도 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아주 복잡한 경우도 있다. 그야말로 구미가 까다로워서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현장교사들은 진땀을 흘려야만 한다.

이 때쯤이면 교단 교사들의 기분은 저기압이다. 온갖 일이 짜증이 난다. 학교에서 애들 가르쳐야지, 중간고사 시험문제 출제해야지, 국회의원, 교육위원, 지방의원 요구 자료 만들어야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처지가 되어 버린다. 또한 교육 해당기관은 애매하기 짝이 없는 내용으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 학교 선생님들의 전화 등쌀에 견뎌낼 수가 없다. 유권해석(?) 하느라고 진땀을 빼야만 한다. 때로는 그 짜증스런 내용들로 서로 언성을 높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도와 가야할 교육의 동반자가 국회의원 등의 요구 자료 작성하다가 파트너십이 무너지기도 한다. 이 따위 자료를 요구하는 사람이 누구냐? 또는 그런 것 하나도 막지 못하냐? 한참 동안 이런 식으로 실랑이를 하고 나면 기운이 저절로 빠져 버린다. 그렇지 않아도 현장의 선생님들은 과중한 업무에 지쳐 있다. 해마다 교원 사기 진작을 위한 방안으로 ‘교원업무경감’을 들고 있다. 얼마나 업무가 많으면 해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할까. 그런데도 뚜렷한 개선책이 없다.

이러한 불필요한 업무 개선을 위하여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교육통계 연감”을 제작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현재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에서 “교육통계 연감”같은 자료를 제작 보급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본 것 같기도 하고 안 본 것 같기도 하다. 만약 있다면 이런 자료들은 학교장이나 기관장실의 서가에 꽂혀 있어 금빛으로 찬란하게 반짝거리고만 있을 것이다. 누구도 쳐다보지도 않고 활용하지도 않는다. 서가에 꽂아 놓기 위한 자료라면 이는 예산 낭비일 것이다. 활용의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이 교육통계 연감에는 교육에 관한 모든 실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도록 구안하여야 한다. 그래서 누구라도 이를 통해서 교육현장의 문제를 발견하고, 대안 제시 및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자료들이 데이터베이스로 집적되어 있다면 정책 입안자는 물론, 현장의 행정가들에게 적시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교육위원들이, 지방의회의 교육복지위원회 의원들이 필요한 자료는 이를 통해서 얻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 연감에는 교육에 관한 모든 자료가 집적되어 있어야 한다. 해마다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례를 모아 “교육통계 연감”을 만들어 각 기관에 배포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물론,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를 활용하여 정책도 마련하고 비전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정감사 및 행정감사가 시작되면 교육부에서부터 시작되어 저 산골 학교까지 해마다 난리가 나는데, 이는 구태의연한 것이다. 세상이 많이 변했어도 변화하지 않은 것이 이 풍경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의 정책담당자와 함께 해야 할 국정감사 또는 행정감사가 되어야 한다. 교실 현장의 교사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 교육에 전념하게 해야 한다.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쳐야 할 선생님까지 각종 감사에 동원하여 허둥거리게 해야만 감사의 신바람이 나는 것인가.

차제에 교육부 또는 시도 교육청에게 “교육통계 연감” 제작을 거듭 제안하고 싶다. 국회의원, 교육위원, 지방의회 의원들이 학교를 괴롭히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교육통계 연감”을 검토하고 분석하여 교육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였으면 한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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