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유괴 미수, 남의 일이 아니다
12월 2일 토요일, 퇴근하는 차에서 받은 다급한 전화 목소리를 생각하면 하루가 지난 지금도 가슴이 철렁합니다.
"선생님, 우리 00가 이상한 청년에게 산속으로 끌려 갔습니다. 동네 아이가 방금 연락을 해와서 지금 막 아빠가 찾으러 갔습니다. 어떻게 해요. 선생님!"
놀라서 다시 연락을 했다.
" 아이를 금방 찾아 왔으며 다행히 아무 일도 없으나 딸 아이가 많이 놀라서 울고 있습니다. 당분간 학교에 못 갈 것 같습니다."
"00엄마, 엄마가 당황해 하시면 아이가 더 놀라니 차분히 마음을 가라 앉히시고 아이를 달래 주세요. 이런 일이 생겨서 정말 죄송합니다. 학교에서도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선생님이 무슨 잘못이 있나요? 그나마 아무 일이 없는 것만으로 감사해야지요. "
"월요일 아침에는 지나는 길에 들러 데리러 갈 테니 혼자 보내지 마십시오. 아이를 안정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그 아이는 읍에서 우리 학교로 전학 온 여자 아이였습니다. 항상 동네 언니들과 같이 가던 아이였는데, 오늘은 혼자 갔던 모양입니다. 집에 가는 길을 다 익힌 터라 혼자서도 자신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침이면 어느 아이보다 아침 독서에 몰두할만큼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성품이 착하고 조용한 아이였습니다. 전학 온 첫날 점심 시간에는 채소를 먹지 않고 입안에 넣고 오물거려서 식판을 들고 교실로 데리고 와서 4시간 동안 식사 지도를 하면서 식사 습관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식사 지도를 했더니 이제는 다른 아이들보다 약간 늦게 먹으며 음식을 남기지 않게 되어 칭찬을 듣던 아이였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아무리 떠들고 나대어도 틈만 나면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특별한 아이라서 독서 시간이면 칭찬을 독차지하더니, 학교에 오는 일이 즐겁다며 적응을 빨리 해서 부모와 나를 즐겁게 한 아이였습니다.
지난 1학기 초에도 약간 정신이 이상한 그 청년이 교내에 들어와서 남자 아이를 때려서 신고를 하고 그 가족과 동네에 알려서 외출을 삼가하도록 했지만, 돌아다니는 사람이니 가두어 둘 수도 없고 식구들이 날마다 지킬 수도 없어서 난감하며 그렇다고 수용소에 보낼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동네에서도 찬성하지 않으니 그냥 놔 둔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겉모습은 멀쩡한 청년인데 날씨가 좋지 않으면 한 번씩 행패를 부린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도 전 직원이 대책회의를 하고 전교생을 불러 주의를 주었으며 동네와 가해자의 부모에게도 철저한 주의를 요구하여 아무 일이 없이 몇 달이 지난 이제 다시 발생한 것입니다.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할 수 없는 성인이 힘이 약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불안한 행동을 보이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큰 일을 당할 게 분명합니다.
일단 경찰서에 신고를 하여 경찰관이 데려 갔다는 말을 들으니 다소 안심이 되었지만, 잔뜩 겁을 먹고 놀란 우리 반 아이도 걱정이고 성인이 다 되도록 그 지경으로 살아가는 그 청년의 사정도 딱 했습니다. 하마터면 한 아이의 인생을 그르치고 가족을 불행하게 하며 학교도 큰 어려움에 빠질 뻔했던 일을 당하고 보니 토요일 오후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릅니다. 이러한 경우, 어린이 유괴나 폭력이 미수에 그쳤지만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당장 월요일 아침에 학교측과 상의하여 대책을 세워 아이들이 안전하게 귀가를 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이제 겨우 1학년 소녀가 덩치 큰 청년에게 산 속으로 끌려가며 얼마나 놀랐을지, 얼마나 무서움에 떨었을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떨립니다.
어린이 유괴 미수범이 정신이상자인 경우에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지, 삼가 고견을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