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교육계의 화두는 논술이다. 논술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강남 대치동을 찾아가야 한다느니, 또는 유명 강사를 만나야 한다느니, 등등 말이 많다. 지방의 고 3교실은 텅 비어 있다고 한다.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어서 뭐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상상이 가는 내용이다.
대학입시에서 논술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어느 신문에서는 대학 입시에서 논술의 영향력이 44.7%나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비해 학생부는 35.4%, 면접은 19,9%의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도한 바 있다. 따라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 고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중학교, 심지어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논술을 대비하여야 한다고 야단들이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되짚어 생각해보면 논술은 우리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내용 중에서 거꾸로 가는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논술이 대학 입시에 반영된 지는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그 동안 교육 당국에서는 어떤 대책하나 마련하지 않은 채, 대학에 끌려 다니면서 허둥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논술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의 사범대학에서는 이에 대책도 없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서울대의 경우는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 놓은 대학이기 때문에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는 배짱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마는 않은 것 같다. 평생 글을 써 온 이어령 교수도 논술에는 손사래를 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게 간단한 일이 아닌데도 대학들은 너무나 태연한 것 같다. 대학에서는 손을 놓고 가만히 주저앉아 있으면서 고등학교 교사들에게만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논술 교육을 통한 창의력, 사고력, 더 나아가 종합적 사고력을 기르고자 한다면 대학에서부터 솔선수범을 해야 할 것이다.
대학에서 장차 교사가 될 사범대학 학생들을 중심으로 충분히 지도하고 가르쳐 보내야 한다. 또한 교육과정에 논술과목을 넣고 이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교육과정에서는 ‘논술’과목은 없다. 비슷한 과목으로 ‘작문’이 있다고 할 지 모르나 이는 논술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과목이 아닌가. 최근에서야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논술지도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교사 연수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뒷북이나 치듯 교육부에서는 논술지도 동아리 1,000 팀을 선정하여 지원하겠다고 한다.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가고 있다. 때 늦은 감은 있지만 그나마 환영하는 것은 논술에 직면해 있는 우리 아이들이 너무 애처롭기 때문이다.
나는 형식적인 논술보다는 독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서 교육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논술 교육 효과는 보잘 것 없는 것이 될 것이다. 오히려 실질적인 논술교육을 위해서는 독서 교육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학교 교육과정에 ‘독서’라는 과목도 설정되어 있지만 이 또한 단순히 하나의 과정을 이수하는 것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는 필독 도서를 선정하고 실질적으로 지도하여야 한다. 또한 이를 통한 평가를 통해서 진급과도 연계시키는 독서 인증제를 강화하여야 한다.
흔히 ‘논술의 왕도는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논리 전개나 주장을 표현하는 방법이 단순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논술의 왕도는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독서이다. 독서교육이야말로 논술을 통해서 측정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이미 논술 광풍은 온 나라를 헤집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에서는 준비할 수 없는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하여 모든 학생들이 서울로 달려가고 강남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 같다. 논술로 인해 달구어진 사교육 시장을 언제까지 확장해 나갈 것인가. 그 빽빽이 짜인 교육과정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논술을 지도할 여건은 충분하지 않다. 현재 학교의 교육과정에서는. 그러다 보니 사교육 시장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교과서 마치기에 바쁘고, 수능 준비지도에 바쁜 교사들에게 논술지도는 또 하나의 큰 벽임에 틀림없다.
교육 당국에서는 현행 교육과정을 검토하여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독서운동을 통한 논술력 강화 방안을 제안해 본다. 지식 정보화 시대에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독서 교육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개편하여야 한다. 현행 교육과정을 그대로 둔 채 언제까지나 대학의 눈치나 보면서 논술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교육부총리가 대학 총장들 만나서 논술 문항의 난이도를 조절해 달라고 졸라대는 일로 그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