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의 일에 참견하느냐고?

2006.12.04 14:46:00

아이들의 학습공간인 학교를 들여다보자. 먼저 아이들이 뛰노는 운동장과 공부방인 교실이 있다. 아이들의 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골마루나 화장실도 있다. 연구실, 보건실, 도서실, 급식실, 과학실 등 특별실도 있다.

결코 좁은 공간이 아니다. 시설의 크기나 종류, 생활하는 시간에 걸맞게 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들도 많다. 그래서 학교라는 공간에 있는 것들은 아이들이 이용하는데 편리하도록 되어있고,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아이들은 소박하고 순진하다. 하나라도 더 알려고 진지하게 질문을 한다.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하하 호호’ 즐거워한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아이들의 표정에서 행복을 찾는다. 그런데 개중에는 공공물건을 소홀히 다루며 불편을 자초하는 어린이도 있다.

교실이나 골마루가 운동장인양 마구 뛰어다니며 소란을 피운다. 책상이나 벽에 지워지지도 않는 유성사인펜 등으로 낙서를 한다. 수돗가에서 물장난을 하거나 화장실 변기에 연필이나 과자봉지를 집어넣는다. 뒤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다 외부에서 온 손님의 차에 흠집을 낸다. 급식실의 수저를 구부려 부러뜨린 후 남은 음식물 수거 통에 버린다. 실내화를 신은 채 교문 밖에 나가 과자를 사오고 과자봉지는 아무데나 버린다. 운동기구나 놀이기구에서 위험한 놀이를 하다 친구를 다치게 한다. 보건실을 휴게실로 착각하고 특별실을 이용할 때 기본예의를 지키지 않는다.

대부분 교실 외에서 이뤄지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들이다. 몰래하는 행동이니 감추고 싶겠지만 누군가 보는 사람이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내 반, 네 반이 어디 있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라면 욕먹는다는 것을 알더라도 잘못을 지적해야 한다. 그게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고 관심이다.

하지만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 아이들일수록 학교나 교사에 대한 불만이 많다. 좋은 얘기를 해줘도 ‘왜 남의 일에 참견하느냐’며 잔소리로 받아들인다. 아이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학부모에게 잘못을 지적한 교사는 아주 나쁜 사람이다. 자녀의 잘못된 행동을 꾸짖기는커녕 기분 나쁘다고 항의를 한다.

도대체 어쩌라는 말인가? 수저를 부러뜨리고, 눈앞에서 과자봉지를 버려도 자기 반 아이가 아니면 내버려두라는 것인가? 옆집 아이가 집 앞에 주차시킨 차에 흠집을 내고 쓰레기를 마구 버려도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이런 환경을 만들어 놓고 어떻게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를 바라는가?

학교라는 공간은 넓다. 그만큼 학교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도 많다. 교실에서 담임에게 배우는 공부만 교육이 아니다. 정해져 있는 규칙과 질서를 지키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후배들을 귀여워해주고, 윗사람에게 지켜야하는 예절도 배우면서 더불어 사는 걸 깨우치는 게 교육이다.

그래서 인성교육이 중요하다. 그러하기에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은 분리될 수 없다. 자식농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학교에서 말 듣지 않는 아이 이 다음에 부모 속 썩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구차한 변명에 앞서 가정과 학교가 서로를 인정하며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일이 먼저여야 한다.

교육에서 무관심 같이 무서운 게 없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교사가 관심 있는 교사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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