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선생님, 존경합니다

2006.12.12 10:18:00

우리학교는 지난 주에 기말고사가 끝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 아침 자습시간을 둘러보니 골마루에는 공부하는 학생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꿇어앉아 벌을 쓰고 있는 학생들만 보였습니다. 역시 학생들은 시험 때가 되면 공부하지 그렇지 않으면 공부하는 학생을 하지 않구나,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공부하지 그렇지 않으면 공부하지 않구나, 우리학교 학생들도 별 수 없구나, 어느 학교 학생이나 마찬가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들이 공부하지 않을 때 남달리 계획을 세워 치밀하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되었으면 참 좋겠는데, 남들이 공부하지 않고 딴 짓할 때 자기가 잘못하는 과목 보충하는 학생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머리도 식힐 겸 공부를 하지 않고 휴식을 좀 취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가질 지 모르지만 그 기간이 결코 오래 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수선한 교실분위기, 안정이 되지 않은 교실분위기를 고무줄법칙을 이용해 서서히 당겨줘야 할 것입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계속 풀어주면 끝이 없습니다. 월요일부터 많은 학생들이 벌을 받는 것 보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대로 방치하면 독버섯처럼 나쁜 습관이 나타나 자신을 망칠 것 아닙니까? 그래서 하루 빨리 정상적인 생활, 안정된 생활이 유지되도록 했으면 합니다.

날씨가 추워도 변함없이 지도에 임하시는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무엇이 교육인지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선생님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존경을 보냅니다. 어제 저녁 식사시간에도 많은 선생님이 남아서 식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평소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의 맡은 바 소임을 잘 감당할 때 교육은 바로 서고, 학생들도 바로 서게 될 것입니다.

어제 인사 관련 회의에 참석해서 다시 학교에 돌아와 교장실에 교장 선생님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그 중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교장 선생님의 말씀과 행동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저로서는 어제도 큰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교장실에 갔더니만 교장 선생님께서 정색을 하면서 한 학부형과 실랑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오셨느냐?’ ‘왜 그러시느냐?’고 하니 특기생 학부형이라고 하면서 교장 선생님과 말씀 나누고 있다고 하더군요. 출장 다녀오겠다고 말씀을 드리고는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그분에 대해서 말씀하시더군요.

그분이 오셔서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몰라도 책을 한 권 두고 가시더랍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책을 열어보니 그 안에 봉투가 하나 들어 있어 정색을 하면서 가지고 가시라고 했더니 식사를 한 번 대접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그런다고 하면서 그냥 두고 가시더랍니다. 그래서 다시 책과 봉투를 학부형에게 돌려주니 교장실에 던져주고 나가더랍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화가 나서 책과 봉투를 가져가라고 골마루에 던져버렸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교장실에 들어와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면서 “교장 선생님, 존경합니다. 교장 선생님 성함 석 자를 꼭 기억하겠습니다.”하고 가셨다고 합니다.

학교 밖에서는 교장 선생님을 아직도 우습게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기들이 교장 선생님을 더럽게 만들어 놓고 돌아서서는 교장 선생님께 욕을 합니다. 그리고는 교장 선생님을 매도합니다. 그리고는 도매급으로 교장 선생님을 난도질합니다. 그리고는 교장 선생님을 갈아치우라고 합니다.

정말 이래서는 안 됩니다. 정말 이러한 학부형이 한 사람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어느 누구도 자기 자식의 유익을 위해 교장 선생님을 더럽혀서는 안 됩니다. 얼마 전 울산 지방신문에 의하면 어떤 학부형은 선생님에게 식사대접 해놓고 돌아서면 배가 아픈지 선생님을 매도하는 보도가 난 것을 읽어 본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선생님을 도매급으로 팔아넘겨서는 안 됩니다. 자식 자식을 위해 선생님에게 식사대접을 했는지 어떠했는지 몰라도 돌아서서 욕하는 두 얼굴을 가진 학부형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요즘 선생님들은 학부모님 만나기를 겁을 내고 있습니다. 요즘 선생님들은 학부모님들이 야자시간에 간식을 가져오는 것도 달갑게 여기지 않습니다. 어느 대표 어머니나 운영위원들이 식사를 대접하려고 해도 불쾌하게 생각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자기네들이 잘못을 시도해놓고 돌아서면 교장 선생님 욕하고, 선생님 욕하고 하면 어떻게 됩니까?

우리 선생님들은 학부모님들로부터 조금도 오해 받을 짓을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유혹에 넘어가서도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야 선생님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존경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비난의 목소리보다 존경받는 목소리 좀 듣고 살고 싶지 않습니까? 저도 우리학교 교장 선생님처럼 학부형으로부터 ‘ 선생님, 존경합니다. 선생님 성함 꼭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소리 한 번 들으면서 살아봤으면 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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