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생각, 열린 마음을 갖도록 해야

2006.12.19 08:56:00


어제는 우리학교 강당에서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우리학교 한 원로선생님의 따님 결혼식입니다. 축제가 끝나는 다음날이라 날짜는 바꿀 수 없고 끝나자마자 결혼식장을 꾸미고 준비해야 하니 마음도 바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날씨가 추우면 어쩌나? 강당은 썰렁한데 손님이 적으면 어쩌나? 예식장만큼 짜임새도 없고 모양도 나지 않아 결혼식 망치는 것 아닌가? 여러 가지로 걱정이 많았습니다만 다행히 모든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였고 아주 성황리에 결혼식을 잘 마치게 되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예식장에서 결혼식 올리기를 좋아하고 호텔에서 결혼식 올리기를 좋아하는데 아버지가 몸담고 계시는 학교 강당에서 하겠다고 하는 신랑,신부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함께 참석하신 선생님 한 분께서는 어떤 선생님은 시골에서 태어난 것이 후회가 되어 결혼식을 서울에 있는 호텔에서 해야 한다고 고집을 하는 바람에 학교 선생님들이 축하를 많이 해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더군요. 그와 같은 총각,처녀가 대부분인데 과감하게 지금까지의 생각의 틀을 깨고 학교 강당에서 한다는 자체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원로선생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의 결혼을 예식장에서 하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과감하게 지금까지의 틀을 깨고 학교 강당에서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열린 생각과 열린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시는 하객들도 자녀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주차할 곳이 없어 전쟁을 치루지 않습니까? 예식장 주변에는 차를 세울 수가 없어 멀리 떨어진 곳에 돌고 돌아 겨우 주차를 하고서는 한참 걸어가야 하지 않습니까? 그뿐입니까? 예식장 안에는 하객들이 너무 많아 계단에 올라가기조차 힘들지 않습니가? 얼굴만 잠시보고 그냥 돌아가기가 대부분 아닙니까? 식사도 이웃 식당에 하게 되니 서비스도 그렇고 음식도 그렇고 여러 가지 마음에 들지 않아 눈살을 찌푸릴 때가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학교에서 하니 참 좋습니다. 주차할 곳이 너무 많습니다. 주차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또 강당이 아무리 넓고 썰렁해도 관련 업체에서 보기 좋게 호텔처럼 식사할 수 있는 원탁테이블을 배치하고 나니 손님이 그렇게 많지 않아도 꽉 찬 느낌이었습니다. 대부분 하객들이 작아 걱정을 많이 하게 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멀리서 오시는 손님도 장소를 찾는데 부담이 적습니다.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하니 선생님들도 많이 오십니다. 전에 함께 근무하셨던 선생님도 오시니 좋습니다. 안 그러면 언제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까? 학교에도 아무런 부담도 없습니다. 결혼관련 업체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를 하고 마무리를 하니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주례도 우리학교 교장선생님께서 하시니 꼭 학교행사처럼 보여 좋았습니다. 주례사도 깔끔했습니다. 길지도 않았습니다. 내용은 알찼습니다. 그 중에 와 닿는 말씀이 있더군요. 결혼은 서로 이득을 보기 위해 결혼을 하는데 상대에게 이득은 30%만 보고 70%는 손해를 보고 봉사하고 섬기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되면 얼마나 행복한 가정이 되겠습니까? 아름다운 가정이 되겠습니까?

결혼식을 마치고 강당 안에서 뷔페 식사를 하니 더 좋았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먹을 뿐만 아니라 대화의 문이 열리게 되니 참 좋았습니다. 웃음꽃을 피울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자녀들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구동성으로 학교에서 결혼식을 하는 데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었습니다. 조금 미진한 부분만 잘 보완된다면 정말 멋진 결혼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추운 겨울을 피하는 것, 원탁테이블의 의자 선택, 음악 선택, 실내장식 등 조금만 신경을 쓰게 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따뜻한 날에 운동장 잔디에서 하게 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학교 총각, 처녀선생님들이 따뜻한 봄날이나 다정스런 가을에 학교 잔디에서 학생들의 축하를 받으며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혼식을 올리면 정말 꿈같은 결혼식이 되리란 생각도 하게 됩니다.

경비도 절감되고, 준비에 대한 부담도 적고, 하객들도 좋고, 주차에 대한 부담도 적고, 식사대접에 대한 부담도 적고 여러 가지 면에서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찹니다. 끝으로 어제 원로선생님 따님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행복한 나날을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이번 결혼식을 계기로 우리 선생님들은 물론 학생들까지도 열린 생각, 열린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습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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