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도 교육입니다

2006.12.21 08:39:00


요즘 아침 7시가 되면 어둡습니다. 그런데도 일찍 등교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7시 반쯤 게시판에 붙여둔 학생회회장, 부회장 후보자 홍보물의 사진을 찍기 나갔더니 많은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었습니다. 3학년 선배들의 뒤를 이어 일찍 등교해 공부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좋습니다.

지금 밖에는 학생들의 선거운동 소리가 들려옵니다. ‘기호 3번 ○○○’하면서 구호를 외칩니다. 그것도 리듬을 탑니다. 운율에 맞춰 합니다. 그리고는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후보자들의 홍보물을 보았습니다. 학생들의 재치가 뛰어남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창의성이 돋보였습니다. 수준이 기성인들 뺨칠 정도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 학생은 공약사항을 내세우는 후보자를 견제하기 위해 이렇게 홍보물을 만들었더군요.

“1. 야자를 없애겠습니다. 2. 보충을 없애겠습니다. 3 등교시간을 늦추겠습니다.” 위에다 가위표를 해놓고 새빨간 거짓말. 이런 공약들은 너무 지겹습니다! 우리들은 거짓공약에 찌들어 있습니다.! 저 기호 2번 ○○○은 이딴 공약을 내세우지 않겠습니다. 여러분 약속드립니다.”

또 어떤 학생은 “2005년도, 2006년도에도 열심히 뛰었습니다. 2007년에도 달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기호 3번 ○○○ 믿어보시죠.” 그리고는 2007년도를 향해 달려가는 그림을 그려놓았더군요.

또 한 학생은 “4번 ○○○. 커다란 사진과 함께 정말이 봉사하며 살고 싶었답니다. 밑에 공약사항을 써놓았더군요. 1. 명문 울산여고 비상 2. 매점 품목 확대와 웰빙화 3. 100원의 장학금 제도 실시“

또 한 학생은 “○○○라면 괜찮아 저 ○○○가 전교부회장이 된다면 회장언니를 잘 도와 하교의 불편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똑같은 학생이 다른 홍보물에 공약사항으로 1. 휴지 갯수 늘리기 2. 울산여고의 좋은 전통 계승 3. 쾌적한 학교 4. 동아리 활성화.

또 한 후보는 “곤드레 만드레 3. 3번. 333. 3번에 취해버렸어. 3번이래... 3번이야 3○○○”
또 한 후보는 짤막하게 “아름다운 눈을 믿습니다.”

또 한 후보는 “기호 1번 ○○○ 한 표 부탁드립니다.” 또 한 후보는 “턱언니 드디어 떴습니다. 울산여고 환희 비춰줄 기호 2 ○○○이 떴습니다. 또 한 후보는 “바른 학교 투명한 학생회 ○○○” ...

다음 세대의 주역이 되고 21세기의 탁월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 꿈과 비전을 품고 후보 등록을 한 학생들이 앞장서서 좋은 선거 풍토를 만들고 아름다운 학교, 정이 넘치는 학교, 꿈을 펼 수 있는 학교, 쾌적한 학교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도자로서의 품성을 기르고 세계적인 탁월한 인물이 되기 위해 더욱 분발하고 노력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오늘 오후 5,6교시째 강당에서 선거연설을 하고 7교시째 투표를 하여 한 명의 학생회 회장, 세 명의 학생회 부회장을 선출할 것인데 후보자들의 선거홍보물과 선거연설 내용을 잘 보고 적임자를 선출하도록 지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 학생도 장난삼아 투표에 임하는 학생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자기가 지지하지 않는 학생이 나와 연설을 하더라도 끝까지 잘 들어주는 성숙한 학생들이 되도록 했으면 합니다.

선거도 교육입니다. 전교 학생회 회장 부회장 선출도 교육입니다. 선거준비도 교육입니다. 홍보물을 만드는 것도 교육입니다. 선거운동을 하는 것도 교육입니다. 선거연설을 지켜보며 박수와 응원을 보내는 것도 교육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바로 선거혼탁으로 얼룩진 사회를 바로 잡을 새 시대의 새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를 계기로 좋은 사회, 바른 사회, 깨끗한 사회, 정직한 사회를 이끌어나갈 주역들로 자라나도록 잘 지도했으면 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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