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고 진실된 자를 선택한다

2006.12.22 09:52:00


어제는 우리학교 전교 학생회 회장, 부회장 선거가 있었습니다. 전과 달리 열기가 조금 떨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선거운동도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하다 마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조용한 선거가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한 것 같았습니다.

오후 5.6교시째 강당에서 후보자들의 선거유세가 있었고 그 후 학교에서 준비한 투표함에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그리고는 선거관리위원들이 진지하게 개표를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개표결과를 저에게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개표결과를 보면서 나름대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우리학생들이 어떤 후보자를 학생회 회장, 부회장으로 선호하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그 결과 몇 가지 특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역시 학생회 회장을 뽑을 때는 검증된 학생을 선택한 것 같았습니다. 1학년 때 부회장으로 성실하게 열심히 잘하였던 후보가 회장으로 뽑혔습니다.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인상도 좋습니다. 표정도 항상 밝습니다. 인사성도 있습니다. 예의도 바릅니다. 아주 부지런합니다. 공부도 그런 대로 합니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은 외부 환경이나 조건을 보기보다 성품이 뛰어난 학생을 선호했습니다.
회장에 당선된 학생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학생이 출마했지만 많은 표차로 떨어졌습니다. 이 학생은 집안도 좋습니다. 공부도 뛰어나게 잘합니다. 홍보물도 인쇄를 한 듯합니다. 공약도 그럴 듯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학생들은 이 학생을 외면했습니다.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공부 잘하고 똑똑한 학생보다 오히려 성품이 뛰어난 학생에게 표를 몰아주었습니다.

또 우리 학생들은 말을 많이 앞세우고 공약을 많이 내세우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자를 선호하는 것 같았습니다. 부회장에 당선된 후보자는 “1. 야자를 없애겠습니다. 2. 보충을 없애겠습니다. 3 등교시간을 늦추겠습니다.” 위에다 가위표를 해놓고 새빨간 거짓말. 이런 공약들은 너무 지겹습니다! 우리들은 거짓공약에 찌들어 있습니다.! 저 기호 2번 ○○○은 이딴 공약을 내세우지 않겠습니다. 여러분 약속드립니다.” 이렇게 홍보물을 만든 학생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 잘 압니다. 그리고 거짓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거짓보다 정직을 선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 후보자는 아침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을 향해 노래부르고, 리듬을 타면서 구호 외치고, 운율에 맞춰 후보자를 외쳤지만 낙선하고 말았더군요. 요즘 학생들은 기성인의 선거풍토에 질린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차분한 걸 좋아합니다. 진실된 것을 좋아합니다. 누가 과연 학교의 회장, 부회장의 얼굴이 되어야 되는지를 신중하게 생각하는 지혜로운 학생들임을 알 수 있었씁니다.

그리고 자기 입으로 공을 내세우는 자도 외면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05년도에도, 2006년에도 열심히 뛰었다. 2007년도에도 달릴 준비가 되어 있다. 믿어달라고 호소했지만 학생들은 표를 주지 않았습니다. 자기를 내세우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기 자랑하는 학생을 역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겸손한 학생에게 표를 던져줌을 보게 됩니다.

공약을 아예 하지 않든지, 해도 순수하고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을 내세운 학생을 선호했습니다. 1. 휴지 갯수 늘리기 2. 울산여고의 좋은 전통 계승 3. 쾌적한 학교 4. 동아리 활성화 등을 내세운 학생의 순수성과 실현가능성에 표를 던져준 것 같았습니다. 또 한 후보는 “기호 1번 ○○○ 한 표 부탁드립니다.”, “바른 학교 투명한 학생회 ○○○” 공약 없이 그냥 겸손하게 ‘한 표 부탁드립니다’고 한 학생을 선택했습니다.

이번 결과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지도자들을 뽑을 때 투표 행사를 하는 분은 한결같이 똑똑한 자보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후보자를, 말보다는 행동하는 후보자를, 거짓보다 진실된 후보자를, 아는 것보다 실천하는 후보자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겠고 우리 선생님들은 모든 학생들에게 이러한 자가 되도록 지도했으면 합니다. 수고하신 학생부 선생님 이하 여러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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