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의미가 왜곡되면 교육은 망가진다

2007.01.04 08:49:00


丁亥年 새해, 작은 소망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언어 의미의 왜곡이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것은 리포터가 국어 전공이라 다른 사람보다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국민들이 언어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했으면 한다. 언어가 파괴되면 다른 것도 다 망가지기 때문이다.

요즘 국가 지도자의 품격 없는 막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민들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흔히들 '말은 인격의 표현'이라 하는데 '그 말'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 지도자 선택이 중요하구나!'하며 탄식을 하게 된다. 국민들 편가르기보다 더 위험한 것은 언어를 공동체 구성원이 알고 있는 것과는 상관없이 자기 편한대로 의미를 부여하며 제 멋대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자감이 아닌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 일반 용어를 자의로 해석하여 편향적으로 사용하거나 품격 없는 막말을 함부로 사용하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 공직사회는 정통파, 일류 공직자가 아닌 이류, 삼류가 주도세력이 되고 만다. 조직체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물론 본래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국가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가 무질서의 혼돈에 빠진다. 급기야는 언어 자체의 왜곡 현상이 일반화되어 사회 전체가 망가지게 된다.

친북성향의 일부 단체, 좌파 성향의 단체들이 내세우는 단어들을 보면 정말 그럴 듯하다. 흠잡을 만한 단어는 없다. 좋은 단어이다. 그러나 이들이 사용하는 의미는 우리 보통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단어의 사회적 약속을 벗어난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주, 평화, 인권, 복지, 균형발전, 자유, 민주, 민족, 통일…. 그 좋은 말들을 편향세력이 제 멋대로 독점하더니 그 순수 의미를 왜곡시켜 버리고 말았다. 그들은 '자주'라는 말에 '반미' '외세 배격'의 색채를 넣고 '민족끼리'라는 달콤한 말로 국민들을 속이려 한다. '통일'이라는 말에는 '적화통일'과 '평화통일'이 있으나 그들은 '통일'로 위장하고 있다. 더 자세한 설명은 정치적 의미를 띄기에 여기에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안보, 애국, 호국을 강조하면 이상한 세력으로 몰아가려 한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애국'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치부하는 것이다. 엉뚱한 세력이 득세하다 보니 과거 주류세력이 강조하던 정당한 것들을 깔아뭉개려 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결과 교육 현장에서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단적인 예를 몇 가지만 들으려 한다.

첫째, 학교 행사 시 국민의례 시간에 취하는 학생들의 행동은 '이건 아닌데'이다. 국기에 대해 제대로 된 예의를 표하는 학생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장난 노는 학생, 떠드는 학생, 딴청피는 학생 등이 부지기수다. 전임지 학교 모 단체 소속 교사는 방송 애국조회 시 애국가가 울려퍼지는데 자기 반 학생들을 그냥 앉혀 놓고 있다. 무의식 중에 벌써 의식화 교육을 시켜 놓은 것이다.

둘째, 한중일 청소년 관련 내용 중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애국심이 유독 약하다는 놀랄만한 통계가 나왔다. '전쟁이 나면 앞장서서 싸우겠느냐'라는 물음에 일본 41.1%, 중국 14.4%, 한국 10.2%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외국으로 나가겠다'는 답은 한국 10.4%, 중국 2.3%, 일본 1.7% 순이었다. 기가 막힐 일이다. 누가 우리의 청소년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을까? 교육자를 비롯해 국가 지도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 반성해야 한다.

셋째, 얼마전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81년 개원한 ‘경기도호국교육원’을 '경기도학생교육원'으로 명칭 변경을 추진했으나 도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명칭변경을 추진한 이유는 ‘호국’의 이미지가 다소 시대착오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는데다 여러 분야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도입·운영키 위해선 ‘호국’이란 단어의 삭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다행히 조례안을 심사한 도의회 의원들은 “나라를 지킨다는 의미의 호국이란 단어는 오히려 최근 들어 더 강조해야 한다”며 명칭변경(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소식이다. 교육의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넷째, 부천 모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마라, 같은 민족끼리 총을 겨누는 군대에 갈 필요가 없다"는 편향교육을 시킨데 이어 이번에는 안성의 한 중학교 초빙 교사가 학교 홈페이지 교사 게시판에 “애국가는 관련 법에 규정된 국가(國歌)가 아니다. 친일파인 안익태가 만들었다”며 “더 이상 애국가 지휘도, 부르지도 않겠다”는 글을 게시하고 실제 애국가 지휘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 지역교육청과 해당 교사는 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받았다. 부천의 교사는 중징계를 받았는데도 국민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학교 현장은 이들 세력이 여전히 건재하는 등 별다른 변화가 없다.

이상이 '애국'과 관련하여 일어난 학교 현장의 단편이다. 이에 대해 국가 지도자는 물론 교육부 수장도 아무런 말이 없다. 국민들은 이런 현장을 제대로 알고 있는 지 궁금하다. 국민들은 국가 정체성 교육에 관해 무관심하고 아예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이것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교감과 교장은 애를 태우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교감과 교장이 애국자여서가 아니다. 이대로 두어서는 국가의 미래가 암울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잘못된 것을 바르게 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잘못된 용어에 속아넘어 가지 않을까? 국민들의 깨어 있는 의식이 절대 필요하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정치꾼들의 선동에 놀아나지 않아야 한다. 그들의 속임수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그럴듯한 용어의 의미를 바르게 볼 수 있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보다 한 수 위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국민을 무시하는 언행을 못한다.

학교 구성원들의 자각도 필수다. 지금 우리가 가는 길이 과연 올바른 길인가를 생각하고 국민 선도자로서 자기 반성을 해야 한다. 설혹 엉뚱한 지도자가 길을 잘못 인도하여도 교육에서만큼은 가치중립적으로 용어의 의미를 바르게 지도해야 한다. 미성숙한 학생들을 편향적으로 지도하는 것이야말로 엄청난 죄악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 교육자를 그대로 놓아두어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부적격 교사를 용납하지 않고 스스로 축출해야 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국민들은 나라의 주인이 바로 '나'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비롯해 위정자, 공무원 전체가 국민의 공복이라는 생각으로 그들을 감시해야 한다. 공복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현실을 직시하고 잘못된 그들을 그냥 놓아두어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언어 의미를 왜곡하는, 국민들의 정신을 혼란의 늪 속으로 몰아넣는 그들의 정체를 바로 알고 응징해야 하는 것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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