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

2007.01.31 07:44:00

월요일에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라? 아마도 독자들은 '아하, 월요병!'할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한국인의 고질병이라면 정답이 나올까? 한마디로 씁쓸한 이야기다. 한국인의 몹쓸병인 것이다.

모 중학교에 근무하는 보건교사(50). 그는 월요일이 싫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월요일 보건실을 찾아오는 학생들이 싫다. 툭 까놓고 말하면 주말에 학원에서 얻어맞고 보건실로 치료 받으러 오는 학생은 꼴도 보기 싫다. 그렇다고 그들을 외면할 수도 없어 치료하여 주긴 하지만 마음이 영 개운치 않다.

"너 손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니?"
"학원에서 맞았어요."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맞은 이유를 알아보니 과제를 안 해가서, 학습 태도가 나빠서 등이란다. 만약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학생은 그 자리에서 선생님한테 대들고 학부모는 항의하고 악질 학부모는 사진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병원가서 진단서 떼어 합의금 요구하고. 그것도 성이 안 차 교육청에 가서 '옷 벗기라' 주장하고 경찰에 신고내지는 고소하고…. 사태를 조금 비관적으로 보았지만 이게 우리의 학교 현실 아닐까?

그런데 우리의 학생과 학부모는 학원교육에는 관대하고 학교교육에는 모질게 대한다. 학원에서의 체벌은 '사랑의 매'라 하고 학교에서의 체벌은 '구타'라 한다. 학원 교사가 체벌하는 것은 열의가 넘쳐서고 학교 교사는 사랑의 부재라 꼬집는다. 학원 교사의 체벌은 자식을 위해서고 학교 교사의 체벌은 감정이 섞였다며 이의를 제기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학원에서 체벌했다고 기사화된 건 보지 못하였다. 학교에서 체벌이 일어나면 신나서(?) 취재하고 대서특필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말은 100% 믿고 학교와 선생님의 말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 학생들도 학원을 편애한다. 학원에서 교사로부터 맞는 장면 동영상으로 찍는 학생도 없고 인터넷에 올리는 학생도 못 보았다.

보건교사는 말한다.

"너희들 돈 내고 맞아서 꼼짝 못하는구나! 하긴 그렇지. 학원비 내면서 때려도 좋다고 했으니까."

이것이 어떻게 된 세상일까? 혹시 과장된 건 아닐까? 보건교사의 말에 의하면 지역과 학교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1년을 34주로 잡고 평균 15주 정도, 월요일이면 1-2명이 학원에서의 체벌로 보건실로 찾아와 신체의 고통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를 다른 학교 선생님에게 이야기 했더니 금시초문이라며 깜짝 놀라더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니 학교가 사교육 뒷치다꺼리 하는 기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내가 보건교사라도 정말 짜증을 낼 상황이다.  학원에서는 공부하고 학교는 잠자러 온다는 공교육 비아냥이 있었는데 이 정도라면 학원에선 매 맞고 학교에선 치료하는 공교육 천사라는 말이 새로 등장해야 하겠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리포터도 화가 치솟아 한 마디 내뱉는다.

"선생님, 이 정도면 학원에도 보건실과 보건교사 두어야겠네요."

우리 국민들,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사교육은 맹신하고 공교육은 불신하는 것, 학교 선생님 험담하고 학원선생님 칭찬하는 것 등. 사교육과 공교육, 편가르자는 것이 아니다. 어느 것이 진정 자식을 위하는 길인가를 생각하여 보자는 것이다. 공교육 깔아뭉겨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한번쯤 곰곰히 생각하여 보았으면 한다. 이번 기회에 한국인의 교육에 관한 정신질환이 무엇인지 살펴보았으면 한다. 공교육이 잘 했다고 강변하는 것은 아니다. 사교육을 헐뜯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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