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의 추억 (19)

2007.02.08 08:54:00

울산교육연수원은 학생수련과 교원연수가 함께 이루어진다. 내가 근무할 당시에는 광역시로 승격된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교원연수뿐만 아니라 교육공무원도 이곳에서 연수를 실시하였다. 그 때 그 업무까지도 함께 맡았다.

지난 99년 4월 말에 ‘99 지방공무원 예산․회계 전문 과정 연수를 했는데 연수기간에 각 분임별로 분임토의시간이 있었고 그 분임토의가 끝나는 마지막 날 오전에 각 분임장이 한 사람씩 나와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 때 교수부장님, 함께 근무했던 동료연구사님과 함께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 맨 앞자리에 앉아 평가를 한다는 자체가 너무 쑥스러웠다. 평생 처음 해보는 평가위원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선생님들이 아닌 교육공무원이었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분임발표는 매우 진지했다. 내용도 알차보였다. 그들의 태도는 본받을 만했다. 그들의 담당업무라 그런지 몰라도 직접 현장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라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젊은 분들은 이런 기회에 여러 문제점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분위기는 진지했고 아주 열정적이었다.

교수실장님의 사회로 제일 먼저 1조 윤○○씨가 ‘특기적성교육비 납입 및 지출에 관한 사항’이라는 주제에 관해 발표가 있었다. 수강료 수납에 관한 문제점 네 가지와 강사료 등 세출금 처리 세 가지에 대해 지적하고 개선방안에 대해 각각 세 가지씩 제시하였다. 그 중에 급식비 수납방법과 같이 스쿨뱅킹제도로 수납하며 부족한 인력은 보충하는 것이 좋겠다는 안이 맘에 들었다.

두 번째는 2조 이○○씨가 ‘회계업무 전산화를 통한 업무 경감 및 효율성 제고’라는 주제로 발표했는데 예산을 포함한 회계업무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다섯 가지로 제시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전산화를 제시했다. 전산화의 이점과 함께. 민간기업체의 프로그램 개념도를 OHP로 보여주면서 철저하게 준비해 발표하는 것을 놀랍기도 했다. 발표를 들으면서 행정업무도 하루 빨리 전산화되어 업무경감을 하였으면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세 번째는 3조 이○○씨가 ‘학교 회계관리 축소 등에 따른 행정업무의 효율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였다. 여섯 가지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해결책으로 네 가지를 제시하였는데 초등학교는 ’급식관리 등으로 인해 업무가 늘어나고 있는데 31학급에도 1명, 조그만 학교에도 1명이라고 하니 어서 속히 적절하게 인원이 배정되어야 할 것 같았다.

네 번째는 4조 전○○씨가 ‘교육비 특별회계와 학교운영지원회계의 단일화’에 대해 발표하였다. 네 가지의 문제점과 세 가지의 해결책을 제시하였는데, 발표자는 사고 하나에 따라 쉬울 수도 있고 중앙부서가 움직여주면 단일화는 쉽게 될 것으로 주장하였다. 그 후 교수부장님께서 강평을 하셨다. 그 때 교수부장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강평이라기보다 인사하러 나왔습니다. 분임토의 하는 것을 보고 서무에 대해 더욱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교무와 서무의 상호갈등이 있어왔는데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하겠습니다. 마음이 열려야 허심탄회한 대화 속에 이해가 가능할 것입니다. 경직한 마음을 갖지 말고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갖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

비록 점수가 없는 분임토의의 장(場)이었지만 분위기는 진지했고 유익한 시간으로 생각이 되었다. 선생님 못지않은 분임토의 발표를 지켜보면서 우리 선생님들도 교육공무원들의 분임토의에 대한 열성과 성실, 자료준비, 진지한 태도 등은 본받을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발표자들의 발표 이후 토의 시간은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평가위원으로 참석한 것도 고마운데 무엇보다 서무직원들의 분임토의를 보고 그들의 과중한 업무에 대해 시달리고 있으며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더더욱 기쁘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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