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의 바른 길(1) 디지털교과서

2007.03.10 20:54:00


교육인적자원부는 7일 디지털 시대를 선도할 미래 세대 양성을 위해 멀티미디어요소로 표현된 교과내용과 참고서, 문제집, 학습사전, 공책 등의 기능을 하나로 묶은 디지털교과서 상용화 개발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놀랍고 획기적인 발전이다. IT강국 대한민국의 저력을 증명해주는 놀라운 업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해 오는지 모르겠다.

내가 지내 온 교직 생활을 되돌아보면 이 나라가 민주화되고 자유화 되어 교육개혁을 부르짖기 시작한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교육정책 입안자는 교육문제를 교육적인 차원에서 개혁하려는 노력과 능력이 매우 빈곤한 사람들만 모여 있지 않는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개혁이란 개선의 의미를 가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들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교육개혁이란 교육이 좀 더 교육다운 다시 말해 인간다운 인간을 육성하는 일에 도움이 되고 힘이 되는 일이라야 교육개혁이란 뜻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교과서가 아이들이 공부하는데 참고는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학교 수업이 진행된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은 방법임에 틀림이 없다.

지금도 학교마다 컴퓨터실이 있어 컴퓨터를 이용한 공부를 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학교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일주일에 40분 단위 1시간 정도 기회가 올 뿐이다. 그나마 방과 후 학교에 밀려 방과 후에는 수강등록을 한 아이들 말고는 근처에 가지도 못한다. 디지털교과서보다는 여기에 투자하는 것이 더 급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조사학습을 과제로 주면 상당수의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 복사하거나 짜깁기를 해서 보고서를 만들어 온다. 자기가 만든 보고서의 내용도 물어보면 모른다. 컴퓨터를 사용해 보고서를 만드는 기능만 익힌 것이지 내용을 익힌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교사는 내용을 익혀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가르치지만 아이들은 쉽게만 해결하려 한다.

어른들도 한 시간정도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눈도 침침해지고 어께가 뻐근해온다. 아이들이 하루 5, 6시간 모니터를 보고 있을 때 생기는 건강, 자세 등등 이것도 문제 아닌가?

아이들 한 35명 데리고 컴퓨터실에 가서 수업을 하노라면 뒤에 앉은 한 두 명은 꼭 수업과 관계없는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있다. 하루 종일 컴퓨터 화면을 보면 좀 익숙해져서 교사의 눈을 속이고 딴 짓을 하는 아이들이 좀 줄까?
아이들이 무거운 가방과 준비물 때문에 짓눌려 다니는 것이 부모 눈에는 애처로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자기의 가방을 지고 다닐 체력을 기르고, 자기의 공부 준비물을 스스로 챙기고, 자기 물건을 선량하게 관리하는 것을 배우는 것은 교육이 아니고 가치가 없는 것인가?

쓸 수는 있지만 좀 더 능률적이고 편리하기 위해 기계를 사용하는 것과 몰라서 기계를 사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쓰기공부는 교육과정에서 아예 제외할 것인가? 그것은 또 따로 공책을 주어 가르칠 것인가?

두서없이 생각나는 것을 몇 가지 적어 보았다. 더 생각하면 더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계획이 이대로 진척된다면 좋은 점도 많을 것이다. 특히 경제적인 눈으로 본다면 엄청난 이득이 있을 것이다. 그에 따른 사업들의 번창이며, 종사하는 인력의 수요, 기술의 개발 등등. 그러나 그런 것들이 교육의 이득을 주눅 들게 한다면 그것은 교육의 개선이 아니다. 교과서가 아니라도 아이들이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는 참고서, 자료집, 문제집 등등 얼마든지 필요한 것을 개발하여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보이기 위해, 자랑하기 위해, 또 비교육적인 여론에 영합하기 위해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득보다 실이 많은 정책을 만들어내지 말고 정말 교육적인 눈으로 교육을 위한 개선책을 만들기 바란다.
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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