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뒤집어 보기

2007.03.13 09:09:00

현대건설 사보(社報)가 올해 대졸 신입사원 133명에게 물었다. “면접 때 내가 했던 가장 큰 거짓말은?” 1위 가족이나 연인보다 일이 우선(37%), 2위 야근이나 잦은 술자리도 문제없다(26%) 3위 돈보다 성취감이 우선이다(17%) 4위 다른 곳은 지원하지 않았다(11%) 5위 거짓말 하지 않았다(7%) 순이었다.

이것을 뒤집어 보면 이렇게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입사를 위해서는 양심을 속이는 일이 많았구나! 그들의 속마음은  일보다는 가족이나 연인이 중요하고, 야근이나 잦은 술자리는 없었으면 좋겠고, 성취감보다는 돈이 우선이고, 이 곳보다 더 좋은 곳에 합격했으면 미련 없이 이 곳을 떠나며, 거짓말은 때론 필요하고...크게 잘못되었다라고 말하기가 좀 그렇다.

또, 선배들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말로는 1위 참 믿음직스럽다(62%) 2위 정말 일 잘 한다(17%) 3위 사람 참 좋네(9%) 4위 우리 부서 아이디어 뱅크야(9%) 5위 참 재미있는 친구야(3%) 등이 뒤를 이었다. 이것을 비참하게 뒤집어 본다. 평상 시 선배들로부터 얼마나 믿음을 받지 못했으면... 그동안 일하는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구나... 간혹 나쁜 사람으로 살았구나...일하는데 아이디어가 부족했네...그리고 재미없는 후배였던 것은 아닐까?

한편, 직장 생활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일로는 1위 원치 않는 근무지 및 업무부담(31%) 2위 회식 및 술자리(23%) 3위 치열한 내부경쟁(17%) 4위 과도한 업무량(5%) 등의 순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 직장의 특성이 나타난다. 즉, 원치 않는 근무지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고, 회식 및 술자리가 잦으며, 승진에 치열한 내부경쟁이 있으며 업무량이 과도한 편이구나 등이다. 

또, 입사 전까지 이력서를 몇 번 냈느냐는 질문에는 40%가 5∼15회라고 답했다. 이어 1∼5회가 34%를 차지했고, 15∼30회는 20%, 30∼50회는 6%였다. 이것은 요즘 우리 사회의 구직난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직은 어떨까? 사기업 내지는 대기업과의 비교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태평성대가 아닐까 싶다. 대부분 초중학교의 경우 오후 4시반이 퇴근이고 간혹 퇴근시간을 넘겨가며 업무를 처리하는 교사가 있으면 교감이나 교장은 말한다. '가정의 행복을 찾아라' '시간외 근무하는 교사는 무능력(?) 교사'라며 퇴근을 독려한다. 그리고 잦은 술자리도 강요하는 사람이 없다. 본인이 하기 싫으면 그만이다. 사명감 또는 성취감이 조금 부족해도 누가 뭐라지 않는다.

또, 후배교사들이 선배교사들과 무례하게 맞먹어도 누가 노골적으로 훈계하지 않는다. '너도 교사, 나도 교사'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믿음직한 후배, 일 잘하는 후배, 좋은 후배가 아니어도 선배들의 따가운 질책, 충고가 보이지 않는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서인지도 모른다. 수업기술에 아이디어가 없어도, 수업시간이 좀 재미가 없어도, 학생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어도 그냥  모르는 체 넘어가는 교직 아니던가?

교직생활에서 걱정거리도 그리 많지 않은듯 하다. 전보 발령도 희망순위를 받아 해 주고, 회식 및 술자리는 1년에 손꼽을 정도이고  치열한 내부경쟁은 커녕 승진을 포기한 교사들은 '부장교사 못하겠다'고 버티고...일안하자주의, 편하자주의, 구태의연함에 함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여 볼 일이다. 주당수업 시간도 20시간 전후이니 교직이라는 것이 어찌보면 무풍지대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무사안일에 젖은 교원들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직 밖의 세상은 너무도 빨리 변해만 가고 있는데, 살벌한 면접시험에서조차 거짓말을 해야 살아남는 세상인데….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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