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교과서, 결코 ‘꿈의 교과서’ 아니다

2007.03.16 11:08:00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참고서, 공책, 사전 등이 포함된 전자교과서가 내년부터 초등학교에 보급됨으로써 일년 내내 종이책 없이 수업을 진행하는 이른바 ‘유비쿼터스 교실’ 시대가 열릴 것 같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e-learning 지원체제 구축이 필요한 이때에 전자교과서 도입을 반대할 명분은 많지 않다. 특히 인터넷 등 온라인 공간은 시공을 초월하여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수많은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유익한 수단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전자교과서는 기존의 책으로 된 교과서에 비해 원하는 정보를 빨리 찾거나 정보 전달이 자유롭고 동영상 등 정보들을 서로 연결하여 체계적인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또한 전자칠판 등 최신의 장비를 갖추면 한번의 터치로 각종 프로그램이 구동되고 학습결과물 제작은 물론 토론이나 발표의 장으로도 활용되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전자교과서와 같은 디지털 학습교재 개발 성과 자체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그러나 디지털이나 온라인의 편리함과 혜택의 이면에는 더 큰 부정적 측면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 ‘인터넷 중독’이 생활 곳곳에 확산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오늘날 청소년들은 이미 만성적인 피로로 수업집중이 곤란하고, 친구관계의 단절이나 취미생활의 상실 등 이미 심각성이 커져있는 상태다. 인터넷 등 사이버 중독의 경우 알코올이나 도박 중독자들과 비슷하게 강박적 사용과 집착, 내성, 금단, 조절불능, 일상생활의 부적응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죽하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조차 자식들의 컴퓨터 이용을 제한한다고 하겠는가. 더구나 미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선 이미 전자교과서를 개발해 학교현장에 시범실시하다 중단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학교 수업에서 칠판과 분필, 종이책을 구시대적 수단으로 매도하고 무조건 전자교과서로 전면 교체하려는 것은 결과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다. 우선 학생들의 사고력, 학습효과가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그러잖아도 책 읽고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정보를 얻는데 익숙해 있는 어린세대들이 전자교과서에 길들여지면 청소년이나 성인이 되어서도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전자책에만 익숙해져서 결국 종이책을 안 보게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책은 아직까지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지식 전달, 이해, 흡수의 수단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교사, 도서관 직원과 컴퓨터 관련자들의 86%가 인터넷 사용이 학생들에게서 학업능률의 증가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였다. 더더욱 58%의 학생들은 이로 인해 학업성적의 저하, 유급, 결석 등의 문제점을 보고하였다.

전자교과서는 결코 만능이 아니며, ‘꿈의 교과서’도 아니다. 따라서 유비쿼터스 시대에 학교교육에서 디지털의 비중을 늘리는 것은 좋지만 학교에서 종이책을 전자교과서로 대체하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으로 재고되어야 한다. 일부 디지털 신봉자들의 전형적인 탁상 행정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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