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호시절

2007.03.16 19:46:00


생동감이 넘치는 춘삼월호시절, 긴 동면에서 부스스 잠을 깨어 기지개를 켜는 자연의 모습이 싱그럽다. 쏘옥 머리를 내미는 새싹이나 꽃망울 잎망울이 통통하게 부풀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 흐릿했던 상록수의 녹색들도 진해지고, 거칠게 메말랐던 나무줄기들도 촉촉한 물기가 번지는 듯하다.

해마다 3월이 되면 움츠렸던 학교가 기지개를 켠다. 2월의 을씨년스런 날씨만큼이나 풀기 없던 학교에도 생기가 돋는다. 자는 듯 조용하던 교정에는 어린 새싹들이 활짝 웃으면서 재잘거린다. 1년의 시작은 1월이지만 학년도의 시작은 춘삼월이다.

학생들은 한 학년씩 진급하여 새로운 담임교사를 만나고, 새로운 교실에서, 새로운 교과서를 가지고 새로운 마음을 다짐하면서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교사들은 새로운 제자들을 만나고,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학교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고, 새 식구들을 맞아 새로운 교육의 요람이 된다. 모두가 금년 한 해 농사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학교는 자라나는 인간에게 절대 필요한 공간이다. 인류가 만든 그 많은 문명들 중에서 가장 중추적이고 핵심적인 지식과 정서와 가치와 능력을 습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다.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조직적이고 체계적이고 의도적인 교육활동을 하는 곳이 바로 학교다.

학교에서의 사제간, 또래간의 좋은 인간관계 경험은 사회에서의 다양한 인간관계를 바람직하게 형성시킬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다양한 성격을 소유하고 있는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함께 이루어지는 미래의 사회생활에서 자기통제, 사회적 적응 등이 훌륭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요즘 아무리 공교육이 평가절하 되어 있어도 지식위주 경쟁위주의 사교육은 공교육의 보조역할 이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사교육이 입시나 취업이나 자격증 취득이나 예술적 능력 향상 등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목표달성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모든 학생 대부분이 사교육을 받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학교를 더 중요시하기에 취학시킨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의 품을 떠나 새로운 세상 속에서 너와 우리를 알게 되고, 해서는 될 일과 안 될 일을 구분하게 되고,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고,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맛보면서, 지적능력을 키우고 정서적 순화를 체험하며 여러 가지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학교생활은 학교의 존재가치가 영원불변의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새 학년이 시작 된지 반달이 지났다. 처음의 어설펐던 학교생활이 안정되어 가고 있다. 낯설던 친구들과 선생님이 다정한 친구가 되어 가고 있다. 새로운 학교생활에 꽤 적응되고 있다. 화창한 새 봄 날씨처럼 화사한 학생들의 표정이 싱그럽다. 새로 만난 새 식구들과 한 해 동안 바람직한 교육의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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