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어머니의 열정

2007.03.22 08:49:00

오랜만에 햇살을 안고 출근을 했습니다. 오랫동안 구름에 가렸지만 해는 끊임없이 떠올랐고 햇살을 구름 사이로 비쳐주었습니다. 한 번도 구름이 방해를 놓는다 해도 사람들에게, 만물에 햇살을 전달하지 못한다고 중단하거나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자기의 할 일을 계속해 왔습니다. 한결같음, 지속성, 성실, 정직 사랑을 배울 수 있는 아침입니다.

어제 오후 퇴근시간쯤 교무실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께서 퇴근시간이 되어도 퇴근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행정실장님과 장 주사님은 교무실 형광등을 손질하고 계셨습니다. 학부모님과 상담하는 선생님도 계셨고 학생들과 함께 하는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특히 방과 후 1학년 1반 어머님이 세 분 오셔서 골마루 바닥 청소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선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교실이 모자라 1학년 1반은 전에 도서실로 사용하던 것을 교실로 바꾸었는데 바닥이 나무가 아니고 장판 종류였습니다. 책상을 놓고 걸상을 놓았던 자리라 바닥이 검게 자국 난 자리, 바닥 전체가 시꺼멓게 되어 있어 담임선생님과 학생들은 그 바닥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며칠 동안이나 땀을 흘리며 수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도 수고한 만큼 바닥이 깨끗해지지 않으니 담임선생님께는 계속해서 청소시간에 바닥을 깨끗하게 하려고 당번을 정해 청소를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애들이 너무 힘들어 집에 가서 이야기를 하니 어머니 세 분께서 ‘애들이 너무 힘들어하니 우리들이 하겠습니다’하고 자진해서 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보기 좋고 아름답습니까?
만약에 학부형들에게 교실바닥, 골마루바닥 청소하러 나오라고 했다면 난리가 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자기 자녀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들이 발 벗고 나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자녀들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그 자녀들을 더욱 훌륭하게 잘 키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학교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자녀들이 학교를 더욱 빛나게 만들 것입니다. 역시 도시이면서도 시골 맛을 그대로 지닌 지역이라 그런지 학부모님들도 너무 순수하고 좋았습니다. 올 때도 그냥 오지 않고 선생님들 잡수시도록 떡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이렇게 세 어머니의 감동이 우리의 가슴을 잔잔히 울립니다.

세 어머니의 감동이 그냥 스쳐지나가는 감동으로만 끝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세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이 우리 선생님들의 정성으로 이어져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품게 됩니다. 우리 선생님들도 우리에게 맡겨진 학생들을 위해 먼저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세 어머니의 열정 못지않게 우리들도 학생들에게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학생들에 대한 열정이 없어나 적었다면 이제 열정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안일하고 나태한 태도를 가졌다면 이제 옛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우리의 사고방식이 이제껏 옛 것으로, 잘못된 것으로 굳어있었다면 이제 새로 바꾸어야 합니다. 새롭고 좋은 습관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한 번도 한 학생에 대해 말을 걸어보지 못했다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가져야 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학생들이 성장하는데 영양을 공급해 줍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학생들이 힘들어할 때 큰 힘이 됩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학생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헤맬 때 벗어나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한 번도 내 청소구역에 가보지 않은 선생님은 모든 일을 제쳐놓고 가보는 시간도 가져야 합니다. 학생들은 청소도 잘하지만 버리기도 잘합니다. 아무데나 잘 버립니다. 아무데나 버려도 조금도 죄의식을 가지거나 마음에 거리낌을 느끼지 않습니다. 이럴 때 선생님의 말씀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말씀에 가장 귀를 많이 기울입니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말씀에 가장 주의 깊게 듣습니다. 그것도 먼저 행하는 선생님의 말씀에 더욱 그러합니다.

학생들의 성장이 비록 느리고 더디더라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무관심해서도 안 됩니다. 1,142명 학생 모두가 집에 가면 귀여운 내 자식입니다. 부모님은 이 자식들에게 사랑과 열정을 쏟아붓습니다. 세 어머니처럼 모든 어머니가 그러합니다. 그러한 자식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우리에게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바라는, 부모님이 바라는 학생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