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산이 주는 세 가지 교훈

2007.04.08 08:07:00

오늘 아침 오랜만에 커텐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전망이 너무 좋습니다. 16층이고 앞동이 가리지 않아 하늘이 다 보입니다. 문수산이 다 보입니다. 고속도로가 보입니다. 24호 국도가 보입니다. 강이 보입니다. 논이 보입니다. 동네가 보입니다. 그러니 정말 좋은 곳에 산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수산을 바라보니 참 좋습니다. 푸른 기운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푸른 하늘을 이고 있었습니다. 삼중, 사중의 겹겹이 앉아 있는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보이는 산보다 멀리 보이는 산이 더 좋아 보입니다. 더 깊이가 있어 보입니다. 더 무게가 있어 보입니다. 더 점잖아 보입니다. 더 인격이 있어 보입니다. 하늘과 더 가까이 있습니다.

항상 맨 뒤에 있는 산이 제일 큰형님입니다. 항상 맨 뒤에 있는 산이 회장님입니다. 항상 맨 뒤에 있는 산이 사장님입니다. 항상 맨 뒤에 있는 산이 웃어른입니다. 항상 제일 뒤에 있는 산이 선생님입니다. 항상 맨 뒤에 있는 산이 감독입니다. 항상 맨 뒤에 있는 산이 연출가입니다. 항상 맨 뒤에 있는 산이 선배입니다.

산들이 앉은 모양도 어찌나 예쁜지 감탄을 하게 됩니다. 제일 큰 산은 맨 뒤쪽에 그 다음 큰 산은 그 다음에, 이렇게 해서 사진을 찍으면 키 큰 순으로 줄을 서듯이 줄을 지어 서 있는 모습에서 질서의 아름다움, 조화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 바라다 보이는 큰 산에서 세 가지의 교훈을 얻게 됩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큰 산처럼 큰 꿈과 큰 비전을 갖도록 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계적인 꿈과 비전을 갖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갈수록 세계는 좁아지고 있는데 그 좁아지는 세계를 바라보지 못하고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호계, 울산, 한국에만 머물고 있다면 세계적인 인물이 될 수 없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놀아야 할 것 아닙니까? 내가 하고자 하는 분야가 미국이 가장 앞서면 미국을 가는 꿈을 꾸어야 합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분야가 영국이 가장 앞서면 영국을 날아가는 꿈을 꾸어야 합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분야가 일본이 가장 앞서면 일본을 날아가는 꿈을 꾸어야 합니다.

또 하나는 큰 산처럼 능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큰 산은 큰 나무를 가집니다. 큰 산은 진하고 푸른 기운을 가집니다. 큰 산은 큰 바위를 가집니다. 큰 산은 여러 짐승들을 놀게 합니다. 큰 산은 아무리 비가 와도 엄청난 물을 잘 관리해 줍니다. 큰 산은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잘 견디면서 방패막이를 합니다. 큰 산은 계절에 따라 붉게 하기도 하고 푸르게 하기도 하며 여러 가지 고운 빛깔을 내기도 하며 흰색을 머금기도 합니다.

이렇게 큰 산을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큰 산은 무엇이든 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큰 산은 많은 유익을 안겨 줍니다. 이렇게 큰 산은 많은 기쁨을 선사합니다. 이렇게 큰 산은 늘 보람을 남깁니다. 이렇게 큰 산은 좋은 영향력을 끼칩니다.

이와 같이 우리 학생들도 큰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 되도록 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품게 됩니다. 학생들은 수백 가지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능력 덩어리 아닙니까? 그 능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학생들이 되도록 했으면 합니다. 그걸 위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걸 위해 방과 후 활동도 합니다. 그걸 위해 특기,적성교육도 시킵니다. 그걸 위해 숨은 능력을 캐내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은 큰 산처럼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되게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큰 산이 얼마나 든든합니까? 큰 산이 얼마나 믿음이 갑니까? 큰 산이 얼마나 끌립니까? 큰 산이 얼마나 자랑스럽습니까? 큰 산이 얼마나 무게가 있습니까? 학생들도 큰 산처럼 믿음직스러운 학생 되게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학생, 선생님이 곁에 없어도 안심이 되는 학생, 부모님이 지켜보지 않아도 걱정이 되지 않는 학생이 되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때는 믿음이 갔다가 어떤 때는 영 아니고, 어떤 때는 신뢰할 수 있다가 어떤 때는 도저히 신뢰가 가지 않고 하는 학생이 되도록 해서 안 됩니다. 왔다 갔다 하는 학생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선생님이 언제 봐도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학생 되게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또 학부모님이 언제 봐도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러운 그런 자녀들이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오늘 아침 큰 산이 주는 세 가지 교훈 즉 큰 꿈과 비전, 큰 능력, 큰 믿음직스러운 학생들이 되도록 힘을 쏟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오늘 하루도 즐기며 살고 열심히 사시기 바랍니다. 요즘 유행하는 ‘구구팔팔이삼사’라는 말과 같이 우리 모두가 구십 구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이틀 앓다가 사흘째 죽는 그야말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해 보면서...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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