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이 주는 교육적 비극

2007.05.21 08:44:00

서울 원묵초등학교에서 시행한 소방 훈련 사고로 학부모들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여 교장을 교육부에서 직위해제 시켰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느 사회고 마찬가지이겠지만, 사고는 예언되어 나타나는 일은 드물다. 항상 만전을 기했다고 하지만 인간의 힘의 한계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지 못하는 데 있다.

이번 사고도 사고를 당한 당사자나 책임을 맡고 있는 담당자나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겠는가? 설마 쇠줄이 끊어질 줄이야 하는 방심이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정한 기법이나 형식 따위가 습관적으로 되풀이되어 독창성과 신선한 맛을 잃어버리게 되는 경향으로 흔히 매너리즘이라고 말한다.

안전사고 점검일 매월 4일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학생들의 자잘한 사고는 체육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주로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비 오는 날이면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날 때도 학생들 사이에 여러 가지 사건이 나타나곤 한다. 많은 학생을 소수의 교사가 지도해야 하는 입장에서 교사는 무엇보다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반복되는 생활에서 무사안일주의에 젖는 경향이 많다. 공직 사회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도 바로 무사안일주의 사고(思考)다.

매월 4일은 안전 점검의 날이라고 하지만, 안전을 점검하는 세부적인 일은 지도 교사로서는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다만 겉으로 보아 안전하게 보이면 “됐어”라고 마음으로 진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원묵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사건도 소방 담당자들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매너리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설마 쇠줄이 끊어지겠는가? 했을 것이다. 겉으로 보아 흠이 없는 것처럼 보이니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쇠줄이 얼마나 오래되었고, 또 교체 시기가 되었는지 구체적으로는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철저한 관리는 사고 예방의 지름길이지만, 예전에 없었던 사례를 새롭게 찾아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공직 사회에서 혁신이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에서 한 걸음 더 앞으로 나가 보다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공직 사회의 외침 풍토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지 않을 지 궁금해진다. 공직에 있으면서 하는 일은 자칫 잘못되면 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크게 해를 준다는 사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과거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붕괴 사건을 연상해 보는 것도 공적인 일을 함에 있어 타산지석이 되지 않을까?

교사는 학교의 겉 안전보다 속 안전을

학교에서 교사는 겉으로 나타나는 위험한 곳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잠재적 불안 요인에 대한 수시 점검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외적인 것은 일회용으로 고쳐나갈 수 있지만, 학생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불안전한 요인들은 하루 아침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늘 관심을 가지고 행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돌발적으로 터져 나올지 모르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하기 위해서는 상담을 통해서, 내적인 동기부여를 통해서 학생에게 다가가는 마음이 있어야만 살아 움직이는 안전 생활 지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학교의 겉의 불안은 학교 기사가 물리적으로 바로잡고, 교실 안의 안전 점검은 담임의 생활 지표라는 표어로 엮어 간다면 매월 4일이 매너리즘 안전 점검의 날이 아닌 실천 안전 점검의 날로 기억하게 되지 않겠는가?
조기철 인천 초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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