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독선의 종합 결정판?

2007.05.24 19:45:00


5월 22일, 정부의 브리핑실·기사송고실 통폐합과 부처 사무실 기자 출입통제 등을 골자로 한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국무회의 확정은 노무현 정부의 ‘언론탄압 정책’이 헌법적 기본권리 침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려 언론의 정부 감시·견제 기능을 약화시키고 기본권인 국민의 알권리마저 침해해 온 그 동안의 사례를 보면 이번 기자실 통폐합 정책은 노 대통령의 잘못된 언론관이 그대로 드러나는 언론정책의 종합 결정판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을 보는 교육리포터로서의 심회는 참담하기만 하다. 초지일관 엇나가는 것을 보니 '과연 노무현스럽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앞으로 남은 몇 개월, 국민을 경악하게 할 얼마나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이가를 생각하니 끔찍하기만 하다.  참여정부 실정(失政)을 '꼭꼭 숨기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개악은 번개, 개선은 소걸음 / 그 동안 참여정부의 행태를 보면 코드에 맞는 정책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교육계가 원하지 않는 교육관련 법률 개정 처리는 무사통과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고 교육계의 염원인 관계법률은 하세월(何世月)이다. 무자격교장공모제, 교원승진규정, 사학법, 수석교사제 등이 그러하다. 네 편과 내편이 확연히 구분되어 있다. 적 아니면 동지다. 이것은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의 기본 자세가 아니다.

언어의 의미 왜곡하여 사용하고… / 참여정부가 사용하여 온 그럴듯한 말,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그 좋던 용어를 멋대로 선점하고 왜곡 또는 반대로 사용하여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예컨대 참여, 평화, 복지, 양극화 해소, 균형발전 등을 이제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되는 세상을 만들었다. 이번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도 버젓이 '선진'이란 단어를 갖다 붙인 용렬함이란?

그 흔한 토론, 위원회는 어디로 갔나? / 참여정부의 특징이 한 때 NATO(No Action Talk Only)공화국이었고 산하 위원회만도 수십개가 되어 위원회공화국이라는 별칭도 있었는데 이번 국무회의 통과 과정을 보면 일사천리다. 국무총리나 각부 장관들은 꿀먹은 벙어리다. 최소한 양심이 있으면 이에 대한 여론과 민심의 동향도 살펴볼만 한데 아예 등을 돌린 것은 아닌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참여정부 / 노 대통령의 말을 보면 자기합리화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다. 얼마전 정치권 발언에서는 대의(大義)를 강조하더니 곧 대세(大勢)에 따른다고 말을 바꾼다. 자기 편한대로다. 그러면 기자실 통폐합이 대세란 말인지 되묻고 싶은 것이다.

▒ '기자실 통폐합 특별법'은 어떤가? / 참여정부의 또 한가지 특징이 특별법 양산이라는 사실. 이미 제정된 것이 10여개, 추진 중인 것이 10여개라는데 문제는 법체계를 흔든다는 것이다. 또 잘못된 법제화로 다음 정부의 발목까지 잡는다는 것. 이번 것도 아예 특별법으로 제정하는 것이 참여정부답지 않은지?

아예 조·중·동 통폐합을 하지… / 이번 사건은 비판 언론에 재갈 물리는 것 뿐아니라 아예 언론 자체를 말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려면 개악 신문법보다 한걸음 나아가 이른바 조·중·동 등을 통폐합하는 것은 어떠한지? 보도된 바로는 국정홍보처안보다 청와대안은 더 강력하였다고 하던데.

관급기사 쓰라는 참여정부 / 이번 안을 보면 기자들의 자존심을 무참히도 짓밟고 있다. 기자들은 관(官)에서 제공하는 기사를 받아 적으라는 꼴이다. 기자더러 정부의 하수인, 꼭둑각시 역할을 하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정부에게 유리한 정보는 주고 불리한 정보는 감추겠다는 것이니 누가 수긍하겠는가?

그렇다면 홍보· 기자실 담당 공무원 감축해야 / 이번 조치로 기자실이 대폭 감축되었다. 그렇다면 그 동안 여기에 투입되었던 공무원 인력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당연히 사후조치가 나와야 하는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하기사 큰 정부를 지향하고 세금 축내는 것이 참여정부의 일이니 '감축'이란 말은 꺼낼 수 없다.

이제 기자들 실력이 나와야 하는데 / 이번 안은 공무원에 대한 취재원을 봉쇄한 것인데 이제 기자들의 참실력 대결장이 펼쳐질 듯하다. 함량 미달의 형편 없는 기자는 자연 퇴출되고 현장을 발로 뛰어 기사를 찾아내는 능력 있는 기자만이 살아 남을 것 같다.

'기가 막힌 일'을 쓰는 필자의 심정이 착잡하기만 하다. 임기말 오기와 억지로 밀어붙이는 모습이 볼성사납고 대통령의 개인 감정에 영합하는 측근들의 과잉 충성심 행태도 가엾기만 하다. 이번 개악안에 대해 사회 각계 각층, 모든 국민들이 잘못되었다고 하는데 열우당만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스승의 날, 노 대통령의 은사 소식은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선생님들은 초·중·고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학생들은 초·중·고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 그럴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된 지도자를 양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벌 위주의 사회보다는 능력 위주의 사회가 선진국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 나라는 대학교육을 정상적으로 받은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 사회인가 보다. 비정상적인 코스로, 엉뚱하게 지도자가 되면 정도(正道)를 모르고 엉뚱한 길로 가려 한다.

지도자의 오만과 독선, 물론 당사자의 책임이 크지만 교육의 책임도 큰 것이다. 누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함께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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