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안내자입니다

2007.05.27 09:02:00

어제는 안동을 갔습니다. 소년체전 복싱경기가 열리는 곳에 가서 우리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입니다. 안동이 가까운 곳인 줄 알았는데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가는 길을 놓치고 나니 더욱 멀어보였습니다. 울산에서 두 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도 무려 네 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중간에 조금 쉬는 시간이 있었겠지만 정말 힘들었습니다. 날은 완전 여름 날씨였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짜증이 났겠습니까? 그래도 조금도 짜증을 내지 않고 운전하신 체육부장 선생님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길을 안내해주는 분들이 고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아쉽기도 했습니다. 가르쳐준 길이 방향 을 알게 해줘 조금 도움이 되었지만 크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적었습니다. 가다가 또 길을 물어야 하는 반복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길의 안내가 서툴렀습니다. 그리고 친절이 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정확하게 알고 있어도 정확하게 가르쳐준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마지막에 카센타에 들어가서 길을 물었는데 그분은 아주 정확하게 가르쳐 주더군요. 네 신호등 지나서 우회전해서 좌회전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안동으로 가는 길이 잘 나오더군요.

안동을 찾아가면서 선생님은 안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학생들은 낮선 길을 가는 여행객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모르고 헤매는 여행객이 학생입니다. 학생들이 길을 모르면 그 길을 잘 아는 분이 바로 선생님입니다. 그 길을 잘 알고 있지만 그 길을 잘못 안내하면 역시 헤맬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우리 선생님들은 마지막으로 가르쳐 주신 카센타의 주인과 같은 안내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귀찮아서 대충 설명해도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선생님 입장에서 보면 그 내용을 잘 알지만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잘 모르지 않습니까? 선생님의 입장에서 보면 학생들이 그것도 몰라 하면서 답답해 할 것이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서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 좀 정확하게 알아듣기 쉽도록 친절하게 가르쳐 주면 덧나나 할 것입니다.
묻는 사람도 정말 답답합니다. 묻기가 싫어서 대충 그냥 갑니다. 가다가 보면 안내표지가 나오겠지, 어디로 가는 길을 안내하겠지 하고 그냥 지나갑니다. 그러면 어찌 됩니까? 간 것만큼 되돌아 와야 하고, 시간도 낭비고 기름도 낭비이고 가스도 낭비입니다.

다행히 어제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별 부담이 되지 않았지만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면 어찌 되었겠습니까? 함께 차를 탄 분들이 서로를 원망할 것 아닙니까? 차를 운전하시는 체육부장 선생님은 앞좌석에 탄 저를, 또는 뒷좌석에 탄 모든 분들을 원망할 것 아닙니까? 왜 표지판을 제대로 보지 않나? 뭐 하나? 할 것이고 뒤의 분들은 차를 모는 분에게 사전에 지도를 보지 않고 뭐했나? 사전지식을 좀 얻지 않고 뭐 하나? 할 것 아닙니까?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가는 길을 잘 안내해 주는 안내자 역할을 잘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선생님은 잘 아는 분이기에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정확하게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머릿속에 완전히 입력이 될 때까지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확실하게 알게 될 것입니다. 그래야 분명하게 알게 될 것입니다. 그래야 정확하게 알 게 될 것입니다. 그래야 부담 없이 그 길을 찾아가게 될 것입니다.

또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가르쳐 주어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은 묻는 것을 주저하기 쉽습니다. 용기 내어 묻는데 가르쳐 주는 분이 적당히 가르쳐 준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분명 목적지에 대한 깨달음이 없어 헤맬 것 아닙니까? 묻는 학생이 미안하지 않도록 친절하게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상냥하게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친절을 베풀어야 합니다.

그래야 고맙게 여깁니다. 그래야 감사한 마음이 가슴속에서 우러나게 됩니다. 그래야 오래도록 그 선생님을 머릿속에 그리게 됩니다. 그러하지 못하면 좋은 인상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계속해서 안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게 됩니다. 그 선생님을 언제나 친절하지 못한 선생님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선생님은 안내자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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