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감의 '말썽짱' 잡기

2007.06.04 21:12:00

가정에서 부모도 포기하고, 학교에서는 담임·학년부장·학생부장·상담부장까지도 더 이상 지도하기를 포기한 '말썽짱' 학생.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고 강제전학이나 퇴학을 시킬 수도 없고. 환장할 노릇이다.

그 한 명의 미꾸라지 때문에 선생님들의 지도는 먹혀들어가지 않아 기(氣)가 꺾임은 물론이거니와 전체 학생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막가파(?) 학생에게 학생선도위원회에서의 징계는 코웃음감이다. 선생님들은 교직에 대한 회의감으로 난감해 한다. 학교 꼴이 말이 아니다. 무슨 뾰족한 수는 없을까?  

그렇다고 모두 손을 놓을 수는 없다. Y중학교 S교감이 이런 학생지도에 발벗고 나섰다. 어찌보면 최후의 보루가 분연히 나선 것이다. 이런 학생, 교실에 있어야 공부도 하지 않는다. 공연히 수업 분위기만 흐려 놓고 교사와 맞짱뜨려해 교육상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는 어느 날 오전, 해당 학생을 부른다. 사전에 부모의 허락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두 세 시간 교내 곳곳을 다니면서 교감과 함께 쓰레기를 줍는다. 힘이 들면 그늘에 앉아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눈다. 가정, 학교, 공부, 친구, 인생 등 소재는 제한이 없다. 교감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도 이야기하도록 분위기를 만든다.

그러다 이런 질문을 던진다.

"교감선생님이 이렇게 너와 함께 하고 있는 이유는 무어라고 생각하니?"

이 대목에서 조금 철이 난 학생이라면 고개를 푹 숙이게 된다. 그는 학생의 손을 따뜻이 잡고  이발소(또는 미장원)를 향한다. 학생의 머리는 어느새 모범생 머리로 변한다. 그리고 가는 곳은 식당.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면서 또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서 그는 학생에게 부탁한다. 가정에서 할 일, 학급에서 할 일, 학교에서 할 일, 공부시간에 할 일 등 몇 가지를 당부하는 것이다. 약속을 하고 다짐을 받는 것이다. 선생님에 대한 예절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그 학생이 충분히 지킬 수 있는 내용이다.

그는 현재까지 이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한다. 학교에서 자질구레한 사고가 일소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소소한 사고는 그 학생이 나서서 막고 다닌다는 것이다. 심지어 결석이 잦은 문제아는 집에까지 가서 데려올 정도라는 것이다.

사회에서도 깡패 두목이 마음을 올바르게 먹으면 잔챙이들도 덩달아 사고를 치지 않는 이치와 비슷한 것이다. 두목 개과천선 작업에 교감이 나선 것이다. 이것이 최선의 방책은 아닐 것이다. 실상은 담임 중심의 생활지도가 최선책이다. 그러나 이것도 여러가지 방법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학생생활지도, 몽둥이로 하던 시대는 지났다. 학교 규칙대로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는 멍에 때문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그는 리포터에게 하소연한다. 교육관련법을 고쳐 중학교에서 퇴학 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그것을 상부에 건의해 달라고 말한다. 학생지도에 오죽 속이 썪었으면 그런 말을 할까?

그런 그가 인간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생활지도에 나선 것이다. 인간 대 인간 교육을 시도한 것이다. 마음이 통할 때 진정한 교육이 된다. 그의 이런 지도 덕분인지 학교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S교감의 노력이 존경스럽다.

리포터는 '말썽짱' 학생이 교감의 지도를 받아 완전히 새사람으로 태어나 중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원하는 고교에 진학은 물론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교육청에서 함께 근무했던 Y중학교 S교감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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