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의 헌법'이라니?

2007.06.21 09:10:00

대통령의 헌법을 모독하는 말 한마디가 우리 사회를 흉흉하게 만들고 있다. 참평포럼에서의 '그 놈의 헌법' 발언, 대통령답지도 않고 격에도 맞지도 않고 품위 0점이다. 스스로 대통령의 자격을 내놓아야 할 발언이다.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박수치며 '헤헤'하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보았다. 모두 제 정신이 아닌 사람들로 보였다. 그게 박수칠 일인가? 제 정신이라면, 건전한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쯧쯧'해야 할 일이 아니던가?

말은 할수록 거칠어 진다고 하더니 국회에서는 그 말 받아치기로 '그 놈의 대통령'이 나왔다. 더 자세히 말하면 야당 의원이 "그 놈의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쪽팔려 죽겠네"라는 대정부 질문을 한 것이다. 거친 막말이 그대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우리 범인(凡人)들의 생활에서 '그 놈의'란 말이 종종 사용되고 있다. 나도 지난 달 경기방송 '라디오 스쿨'에 출연하면서 불량식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을 향해 "학생들 건강을 해치는 줄 알면서도 '그 놈의 돈'이 뭔지 불량식품인지 알면서도 판매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그 놈의 자존심'도 있다. 40여년전 주인집 막내 아들이던 나. 우리집 셋방 사는 동갑내기 친구의 과외공부가 부러워 어머니께 떼를 쓴 일이 있었다. 나도 과외공부 시켜 달라고. 어머니는 형편에 여유가 없었음에도 아들을 사랑하여 기(氣)를 살려 주려고 과외를 받게 하였다. 거기엔 '자존심'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그 놈의 대학'은 어떤가.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는 대학을 나와야 사람 구실 하는 줄 안다. 아니 사회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 하지 않던가. 내가 아는 어느 학부모는 자기가 대학만 나왔어도 커다란 사회적 직함를 가질 수 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 놈의 공부'도 마찬가지다.

또 '그 놈의 아들'은 어떻고? 나의 누나는 "여자는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그 당시 딸 차별에 반기를 들어 더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을 세 군데나 나왔고 대학원도 나와 지금은 버젓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대학 강단에서 뛰기도 하고 외국 유학(?)까지 다녀왔다.

'그 놈의 승진'도 마찬가지 아닐까? 승진을 위해 가족과 떨어져 외지에서 주말 부부가 되고 때론 연구를 위해 밤을 지새기도 하는 것이다. 자칭 교포(교감을 포기한 교사)라는 친구가 있었다. 어깨 쭉 펴고 소신대로 교육에 임하고 끝까지 당당했으면 좋으련만 교직을 그만 내던지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그 놈의' 뒤에 나오는 헌법, 대통령, 돈, 자존심, 대학(공부), 아들, 승진 등. 바로 '그런 것들'의 존재가 우리 사회를 유지 발전시키는 것 아닐까? 그래서 그것을 비하하면 아니 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의 속성이나 자질은 별개이지만. 그리고 양성(兩性)은 평등한 것이지만.

다만 당사자에게는 '그런 것들' 때문에 피해를 보았거나<헌법, 대통령> 한(恨)이 맺혔거나 어려움에 처했었거나<돈> 마음이 상했거나 업신여김을 당했거나<자존심> 혹은 출세를 못했거나<대학이나 공부> 차별 대우를 받았거나<아들> '그것' 때문에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승진>은 아닌지?

나는 31년차의 교직생활을 하면서 요즘도 언어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언어는 인격의 표현이며 언어는 그 사람의 사고(思考) 수준이다. 같은 말이라도 '에' 다르고 '애' 다르다. 화가 났을 때 생각나는대로 내뱉으면 아니된다. 인내가 필요한 순간이다. 그럴수록 품위 있는 말과 품격을 갖춘 말이 필요하다.

피부의 상처는 치료를 하고 세월이 지나면 없어지고 잊혀지지만 말(言語)에 의한 상처는 평생을 가는 것이다. 그래서 막말을 하면 아니 되는 것이다. 잘못한 학생을 야단치면서 스스로 감정을 추스리고 화를 억제하면서 뒤를 돌아보며 자제를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선생님은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깨닫고 '세 치 혀'의 가벼움을 항상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의 막 되어 먹은 품위 없는 언어가 국민들의 정신 상태를 얼마나 황폐하게 하는지, 우리 사회를 얼마나 헝클어 놓는지, 그리고 살맛 떨어지게 하는지 그들은 알고나 있을까?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