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여름속 가을을 보며

2007.06.26 08:51:00



참 이상도 하지요. 지금이 코스모스 철인가요? 우리 학교 텃밭에 핀 코스모스를 보고 하는 말입니다. 일주일 전에는 꽃 한송이만 피었더니 지금은 십 여개가 되었네요. 자세히 보니 벌써 지는 것도 있고 씨앗을 맺으려 합니다. 한 여름이 되려면 아직 멀었고 가을이 되려면 몇 달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고 보니 '자연'은 우리가 생각하던 그 '자연'이 아닌가 봅니다. 한 겨울 눈 속에서 개나리와 진달래가 꽃을 피우질 않나. 봄은 짧기만 하고 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이제 곧 태양이 작열하는 계절이 되겠지요.

그러나 이상합니다. 교정의 나무를 보면 단풍이 지고 낙엽도 보입니다. 한창 푸르러야 할 시기에 가을 냄새를 풍기고 있어요. 혹시, 기후 이상 또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아닌가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이런 자연의 변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선생님이나 학생이나 무엇이 그리 바쁜지 항시 종종걸음을 하지요. 점심 식사 후 교정을 한 바퀴 돌면서 머리를 식히라고 부탁을 하여도 그게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나 봅니다.

학생들은 식사 후 시원한 그늘 찾아 우정 쌓기에 바쁘고 선생님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바삐 무엇을 합니다. 아하, 기말고사 출제 때문이군요. 이제 이해가 갑니다. 그렇죠. 선생님들은 늘 이렇게 분주합니다.

점심시간, 병원 용무로 잠시 외출했다가 총각 시절 함께 근무한 옛동료를 우연히 만났어요. 20여년 만입니다. 명함을 건네고 안부를 물으니 목사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말합니다. 40세에 교단을 떠나 목회활동을 하였는데 아내의 성화(보수 때문에)로 50세에 다시 교단에 복귀, 3년간 교편을 잡았는데 가르치는 일이 너무 힘들어 다시 사표를 냈다고 합니다.

얼핏 생각하니 교편을 잡는 일이 목회일보다 더 힘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두 가지를 다 경험했으니 잘 알고 있겠지요. 이런 이야기를 교무실에서 하니 모 부장님이 이런 말씀을 합니다.

"교감 선생님, 신설교회 목사는 보수도 적고 힘들어요. 그 분이 교회로 간 것은 교직보다 목사일이 더 적성에 맞아서 일 거예요."

교감이 교사와 목사를 단순 비교하여 '교사는 힘이 들지만 일반 목사보다는 그래도 나은 것 아니냐?'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하여 주네요.

여름에 핀 코스모스를 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겨울엔 곧 다가올 봄을 느끼고 봄에는 뜨거운 여름을 생각하고 여름엔 열매 맺을 준비를 하고 가을엔 겨울을 대비하라는 '자연의 가르침'. 항상 앞을 내다보는 지혜가, 선견지명이 필요함을 알려주고 있네요.

그러지 않아도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명품 CEO의 8가지 조건'이 나왔는데 그 첫째가 미래를 예측하는 선견지명을 꼽았더군요. 동물적인 감각과 직관으로 남들보다 앞서 트렌드를 읽어내고 사업을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나저나 최고의 명품 CEO 되는 것,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는 일(사업), 교육, 예술, 인생 등 모든 것을 자연에서 본받았으면 합니다. '자연은 인간의 스승'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여름 코스모스를 보며 떠 올린 단상(斷想)입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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