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열정을 만들어 낸다

2007.07.03 08:41:00

‘교육은 사랑’이라는 말이 갈수록 더 친근감으로 다가온다. 더욱 그러하다는 확신감을 얻게 된다. 누가 뭐라고 반박해도 나의 마음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사랑이 없으면 관심도 없다. 사랑이 없으면 열정도 없다. 사랑이 없으면 노력도 없다. 사랑이 없으면 헌신도 없다. 사랑이 없으면 자주 주저앉고 만다.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더러운 것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저녁으로 주민들이 운동하다 버려두고 간 담배꽁초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주워려고 하지도 않는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그대로 있게 된다.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학교를 돌아보지 않는다. 구석진 곳을 돌아보지 않는다. 외진 곳을 돌아보지 않는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학생들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는다. 학생들이 온갖 욕설로 말을 해도 귀에 들리지 않는다.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아무리 떠들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예 귀밖에 듣는다.

사랑이 없으면 열정도 없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열정이 생기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아깝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시간에 대해 인색하게 된다. 그러니 언제나 시간에 쫓기는 생활을 하고 만다. 하지만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열정이 생기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학생들을 위한 삶이 가치 있는 삶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바르게 교육하는 것이 최고의 보람, 최고의 행복으로 여기는 값진 가치관으로 인해 열정을 쏟아내게 된다.

열정하면 울산여고에서 함께 근무했던 두 총각선생님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된다. 한 총각선생님은 40대의 총각선생님이신데 가정 일을 모른다. 매일 아침 7시면 출근, 저녁에는 밤12시까지 야자감독을 위해 교실에 남는다. 하루 이틀이 아니다. 1년, 2년이 아니다. 전임학교에서도 그러했고 울산여고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젊은 30대 초반의 총각선생님의 열정도 이에 못지않다. 아침마다 7시가 되면 교실에 입실하여 학생들과 함께 자율학습을 한다. 저녁에도 밤10시까지 당번에 관계없이 교실에서 함께 자율학습을 한다. 한 번은 좋은 처녀를 소개해 주려고 하니 수능시험이 끝날 때까지는 학생들의 학력향상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끝나고 나서 보자는 것이다. 그 정도로 열정이 대단한 것이다.

이렇게 되는 밑바탕이 무엇일까? 바로 사랑 아니겠는가?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 곧 내가 맡은 학생들의 장래를 내가 책임져야겠다는 생각 때문 아니겠는가? 아마 많은 선생님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바보 같다는 소리도 들었을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미친 짓 아니냐고 비아냥거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조금도 굴하지 않고 앞만 보고 나아가지 않는가?

켄 키이스(Ken Keyes)는 “사랑을 주는 사람은 사랑의 세계에서 산다.”고 말한다. 장미를 전해주는 손길에 장미 향기가 묻어나는 것처럼 사랑을 전해주는 선생님의 손길에서 사랑의 향기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교실에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선생님이 계실 때 그 학교는 사랑의 학교가 될 것이고 그 곳에 사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바로 사랑의 세계에서 산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분은 “충만한 사랑은 상처를 치유한다.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준다. 힘을 불어 넣어주고, 감동을 준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상처 받은 학생들이 많이 있을 텐데 사랑을 안겨 주자. 그리하여 상처를 싸매어 주자. 지쳐 넘어져 있는 학생들을 일으켜 세워주자. 축 처진 학생들의 어깨를 어루만져 주자. 고개를 푹 숙이며 힘없는 학생에게 다가가 힘을 실어주자. 밝은 얼굴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자. 학생들에게 부모 이상의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보자.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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