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은 느낌표(!)이다

2007.07.25 15:10:00

오늘은 삼복 중 중복이다. 중복 더위를 느낄 만하다.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어도 목은 땀으로 찝찝하다. 그래도 구름이 진한 햇볕을 막아주니 예년 같지는 않는 것 같다. 평소 때면 학생들이 학교를 생기가 넘치게 하고 학생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학생들의 이야기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러하지 않다. 간혹 청소당번 학생들의 소리가 간혹 들릴 뿐이다.

자리에 앉아 있노라면 청아한 새소리가 맑게 들려오고 있다. 더위도 모르고 지칠 줄도 모르고 쉼도 없이 즐겁게 해주고 마음을 기쁘게 해준다.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는 아름다운 새소리는 깊은 숲속을 연상케 하고 맑은 시냇물 소리를 떠오르게 하며 시원한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해 중복더위를 이길 만하다.

이럴 때 여러 가지 생각에 젖어들게 된다. 특히 방학은 느낌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방학이 많은 생각과 많은 느낌을 가져다주게 된다. 비록 멀리 여행을 떠나 자연을 즐기지 못하지만 책과 접하게 되면 많은 느낌을 가져준다. 우리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리라!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여유가 있어 어느 때보다 많은 책을 접하게 될 텐데 그 속에서 많은 것을 접하면서 생각과 느낌을 키우고 있지 않을까 싶다.

가족들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지내면서 더위를 이겨낼 것인데 바다를 찾은 학생들도, 산을 찾은 학생들도 자연을 벗 삼아 자연을 즐기면서 삼복더위를 이겨낼 텐데 그러한 가운데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리라 생각된다.

푸른 바다가 주는 느낌, 거센 파도가 주는 느낌, 간간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주는 느낌, 푸른 숲이 가져다주는 느낌, 바람 따라 춤을 주는 여름 나뭇잎들을 보는 느낌, 시원한 계곡물이 주는 느낌... 이러한 것들이 느낌을 풍성하게 해 주리라 믿는다.

부모님들과 함께 고향을 찾으며 고향이 주는 아름다운 맛과 멋을 맛보며 각종 추억거리를 만들어 낼 것으로 생각이 된다. 이런 좋은 기회에 많은 생각거리와 느낌거리를 가슴에 품어 그것을 말하며 나누며 글로 남기는 나날들이 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할 때 삶이 더욱 윤택해지며 풍성해지면 맑아지지 않을까 한다.

아마 학생들 중에는 방학 중 한 번 학교에 나와 학교 안팎이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쾌적한 환경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이고 나름대로 개학을 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될 것이다.

선생님들 중에는 역시 학교에는 학생들이 있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 선생님들도 방학 동안 많은 생각과 느낌을 가질 것으로 본다. 잠시 학생들 곁을 떠나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참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겠지만 학생들이 없는 선생님은 바늘에 실이 없으면 무의미하듯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아마 힘이 들어도 학생들이 평생 내 곁에 있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학생들이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선생님답도록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학생들이 우리 선생님들에게는 아주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개학을 하면 학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나에게 부담을 주고 나를 괴롭히고 나를 힘들게 했던 학생들이 다소 짐이 되고 귀찮은 존재로 여겨졌을지라도 그들이 있기에 교직의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런 학생들이 있기에 내가 더욱 연구를 하게 되고 더욱 고민을 하게 되어 선생님다운 선생님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더운 나날이 만만치 않은데 이 날들을 책과 더불어, 자연과 더불어, 가족과 더불어, 여행과 더불어 지내면서 좋은 생각과 아름다운 느낌들을 풍성하게 생산해 내었으면 한다.
방학은 느낌표(!)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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