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임명장과 발령장을 받으며

2007.08.24 14:33:00

오늘 평생 한번 있는 뜻깊은 날이다. 8월 20일, 인사발표에 따라 도교육청에서 대통령 명의의 교장 임명장과 발령통지서를 수여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제 교직의 꽃인 학교 CEO, 학교장이 되는 것이다.

06:00 기상 후 목욕재계. 아침식사 후 곤색 양복을 입는다. 흰 와이셔츠에 얼마 전 구입한 최신 유행의 넥타이를 고른다. 튀지 않는 양복과 넥타이를 고른 것이다. 한교닷컴과 짱짱뉴스 덕분으로 공인이 되어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 아내가 방금 다려준 셔츠를 입으니 목 뒤가 따끈따끈하다.

중등교육과에 들르니 장학담당 장학관님이 반갑게 맞이하여 주신다. 중등교육과장님은 "학교장의 능력을 발휘하여 특성화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하신다. 장학관님은 '보이기 위한 교육'을 하지 말고 '교육 본질 추구'에 힘쓰라고 충고하신다.

대강당으로 가니 승진, 전직하는 교장과 장학관들의 상호 축하 인사가 한창이다. 부임지를 서로 묻고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래 여기까지 오느라고 25-30년 이상을 교직에 몸바쳐 온 것이 아닌가? 산전수전 다 치르고 단맛쓴맛도 어느 정도 맛보았다.

이번 9월 1일자 208명이 단상에 올라가 교육감님으로부터 직접 임명장과 발령통지서를 수여 받았다. 수여식이 약 2시간 소요되었지만 개인이 수여 받는 시간은 통지서 핵심부분 낭독을 포함하여 1분 이내에 불과하다. 그 짧은 시간에 유머와 덕담을 주시는 교육감님의 모습을 보았다.

드디어 교육감님이 신규 교장들에게 주는 말씀 시간이다. 도대체 어떤 말씀을 하실까? 원고 없이 말씀을 풀어나가시는데 몇 가지로 요약이 된다. 기자 습벽이 있어 메모를 하였다.


"현대 사회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직책 파워로 경영하기 어렵다. 다양화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힘(Power)도 나누어야 한다. 나의 권한을 혼자서 활용하지 말고 교감, 부장교사, 운영위원, 학부모회, 유관기관 들과 나눔의 리더십(Share Leadership)을 발휘하여 그들이 스스로 하도록 하라."

"기관장으로서 시대의 배경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추어야 한다. 20-30년 앞을 내다보고 어떤 교육을 해내는냐? 학생과 학부모가 어떤 교육을 받길 원하는가를 알고 색깔과 비전을 갖고 교육을 해야 한다. 학부모가 답답해 하지 않도록 하는 교육 마인드가 있어야 공동체를 이끌 수 있다."

"직장 생활의 동력은 정직성이다. 올곧고 판단이 바른 상태에서 조직을 이끌 때 창의력이 창출되는 것이다. 아이디어와 지식이 없으면 존경하지 않는다. 다른 학교와 차별화할 수 있도록 지도자는 고뇌를 해야 한다. 정직성의 바탕 위에 학교, 교육, 지역사회를 위한 고뇌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학교장으로서 구구절절이 새겨들을 말이다.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지적이다. 나의 부족함을 꾸짖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말씀이 나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된다. 차츰 어깨가 무거워 온다. 학교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지역교육청을 들려 학교에 돌아와 교장선생님께 구두 복명을 올린다. 8월 31일까지는 교감의 신분이다. 방과 후 시간에 교실을 둘러보았다. 종례를 정성껏 하는 선생님, 청소 지도를 하는 선생님들이 대견스럽게 보인다. 그러고 보니 교감으로서 학교 순시도 얼마 남지 않았다.

16:00 부임하는 학교의 교감, 행정실장, 교무부장이 학교를 방문하였다. 학교 현황, 교직원 현황, 교육계획서, 예산서, 유관기관 연락처, 취임식 등 몇 가지 자료를 요구했는데 투명 파일, 학교 규정집, 테마가 있는 학급운영 등 20여 가지 이상을 준비하였다. 신규 교장의 학교적응을 생각하는 대단한 교감이시다. 고맙기만 하다.

이제 교감이 준 자료를 정독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1주일간 공부해야 한다. 취임사도 쓰고 홈페이지 인사말도 준비하고 새로운 힘찬 출발을 준비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와 교직원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교육감님의 끝마무리가 종합적, 함축적이다. "정직성을 바탕으로한 생활신념을 갖고 다른 학교와는 다르게 시대정신에 맞는 교육을 파워로써 창출하라. 그 힘은 고뇌에서 나온다. 새로운 신선한 시각으로 경기교육을 업그레이드 하라. 성장동력이 되는 유능한 관리자가 되어라. 경기도민에게 희망을 주어라."

리포터는 지금 신규 학교장으로서 한껏 부풀어 있다. 교육리더가 된다는 것,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교육사랑의 마음으로 교육에 대해 깊이 숙고하고 좋은 방안을 모색해 본다면 그 해결책은 나오리라고 본다. 교육경력 31년차인데 갈수록 교육이 어려워짐을 느낀다. 교육선배님들이 오늘따라 존경스러워 보인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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