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해야 할 '혁신교육'

2007.09.06 08:45:00

퇴근하여 온 아내가 씩씩댄다. 지역교육청의 혁신교육을 다녀왔는데 '영, 아니올시다'라는 것이다. '아,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구나!'하는 감을 잡았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혁신교육에 가서 졸다가 왔다는 것이다. 교육내용이 가슴에 와서 닿지 않고 초·중·고 학교급별에 맞지도 않는 내용을 초·중·고 다른 직급(교장+교사/교감+행정실장)을 몰아넣고 교육을 하고, 학교 규모에 상관없이 무조건 5명씩 강제 차출하고. 왜 이런 내용을 교육장이 결재를 했냐고 묻는다.

이럴 땐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맞장구를 칠 수도 없고 난감하기만 하다.

"지역교육청에서 그렇게 하고 싶어서 했을까? 상부관청의 지시에 의한 것이지. 그나저나 수업 결손은 없었수?"

오전엔 교감과 행정실장, 오후엔 교장과 교사 2명이 참석하여 수업엔 지장이 없었고 업무엔 지장을 주었다고 답한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참여정부에서 하도 혁신을 외치니까 혁신교육을 자주하면 혁신이 되는 줄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교육의 내용이 좋아야 하고 강사의 질이 우수해야 한다. 참석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참석자의 대부분이 졸았다는 것은 교육 실패다. 오히려 하지 않은 것이 낫다. 시간 때우기, 실적쌓기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계획 자체가 실패다. 혁신에 대해 혐오감만 키워놓았다. 모 지역교육청은 교육장 특강과 강사의 교육 내용이 좋아 참석자를 사로잡아 성공을 거두었다는 소식도 들었는데 아내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아무리 좋은 상품도 소비자가 싫다고 하면 끝이다. 혁신교육을 마치고 '그래, 나도 혁신해야지. 우리 학교도 혁신 대열에 동참해야지'하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혁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만 키워놓았다면 역효과를 거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바쁜 교직원의 귀중한 시간과 인력만 낭비한 셈이다.

하기사 교육부 혁신인사 업무를 담당한 국장급 간부가 뇌물 2억원을 수뢰했는데 감찰반에 걸리자 '오리발 내밀기' '말바꾸기 수법', '구두 밑창에 차명 예금통장 숨기기' 등 황당한 수법이 신문을 장식하는 실정이니 이게 바로 참여정부가 내세우는 혁신의 한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 뿐인가? 요즘 전개되고 있는 청와대 비서관의 각종 비리 의혹, 국정원장의 과잉 노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라는 명칭과는 정반대로 가는 취재제한 조치 등을 보면 혁신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게다가 이를 감싸고 옹호하는 청와대를 보면 '정말, 아니올시다'이다.

대통령부터 혁신에 솔선수범하고 고위직부터 혁신을 해야 밑에서 본을 받을 터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혁신을 하라고 억지로 강요하니 혁신 자체가 역겹기만 하다.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혁신대열에 동참하도록 이끄는 리더십의 부재가 안타깝기만 하다.

혁신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악습과 구태의연함은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 혁신을 한답시고 과거 구태를 답습하는 꼴이 우습기만 하다. 혁신교육에 참가하고 온 아내의 밝은 표정을 볼 수는 없는 것일까? 교직에 있는 남편을 한 수 가르쳐주며 혁신 전파자의 역할을 하게 할 수는 없단 말인가!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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