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는 것은 선생님의 한숨뿐

2007.10.04 08:52:00

요즘 교육부에서 하는 일을 지켜보노라면 웃긴다. 교육부가 국민에게 웃음을 준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앞뒤가 맞지 않고 일관성 없는 정책을 내놓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그 웃음은 일종의 비웃음이다.

바로 무자격교장 공모제 확대와 임용시험 강화가 바로 그것이다. 교육정책의 일관성은 물론 교육철학도 없고 교육의 근본을 모르는 사람들이 교육부에 앉아서 현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것이다. 교육 황폐화의 주범이 교육부인 것이다.

무자격 교장 공모제 강행은 교육전문성과 자격증을 무시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누구나 교장을 할 수 있게 한다고 하지만 아무나 교장에 앉혀 교육을 뿌리째 흔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학교의 교육수장이 교육경험 없이, 교육의 문외한이 어떻게 교육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겠는가?

그런데 교육부는 얼마전 2009학년도 교사 임용 시험부터 전형 절차가 2단계에서 3단계로 바뀌고 논술과 면접, 영어 비중이 강화된다고 밝혔다.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규칙을 개정해 그동안 임용 시험이 단편적인 암기 위주의 1차 필기시험 비중이 지나치게 커 교사로서 필요한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 설명이 옳다. 아무나 교사가 되게 해서는 아니 된다. 검증을 철저히 거쳐 우수 교사가 교단에 서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장은 교육을 제대로 모르는 무자격자로 하여 아무나 교장이 되게 하고 교사는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임용한다? 어째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교사도 강화하고 교장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교장을 더 강화하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보는데. 이러니 웃긴다는 것이다.

또 하나. 교육부는 나이스(NEIS)가 만능인 줄 착각하고 있다. 얼마전 학교에 내려 온 'NEIS 학부모 서비스 확대 개편 시행 계획'(이하 서비스 계획)을 보면 교육부가 현장을 몰라도 한참 모르고 있구나를 실감하게 된다. 학부모에 대한 서비스 확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가 원하는 서비스의 방향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NEIS에 의한 서비스 확대를 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경기도교육홍보혁신연구회가 한길리서치에 의뢰, 도내 초.중.고교생 학부모 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도학부모 교육홍보 실태' 전화여론조사(표본오차 95%,± 4.9% 신뢰수준) 결과에 따르면 자녀의 학교생활정보를 접하는 수단으로 학부모의 68.1%가 가정통신문을 원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학부모의 82.4%는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알지만 학교소식을 접하기 위한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를 1주일에 1차례 이상 접속하는 학부모는 36.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교육청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한 경험이 없다가 69.6%, 도교육청의 인터넷 홈페이지 교육정책 정보에 만족한다는 학부모도 14.4%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인터넷을 통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가정통신문이나 전화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이 효율적인 매체로 자리잡은 것이다. 또한 혹시나 배달 사고를 우려해 학교 홈페이지에 가정통신문을 탑재해 놓는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 계획을 보면 한마디로 웃긴다. 추진 방향에 '학교 홈페이지 게시 내용과 중복된 경우에 학부모 서비스를 우선 제공'하라는 것이다. 학부모의 인터넷이 아직 생활화 아니 되고 인증서도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시간을 내어 학교교육을 알아보려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학교 홈페이지나 NEIS 중 어디가 편리할까?

교육부는 교육현장을 제대로 모르고 학교에서 하는 일에 오히려 어깃장을 놓는 훼방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 오프라인인 가정통신문을 없애고 '서비스 계획'대로라면 9월부터 교무업무시스템을 이용하여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홈페이지는 탑재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이것은 학교와 가정간의 기존 유효한 통신을 끊어놓자는, 교육말아먹자는 것이 아니고 그 무엇인가?

그래서 웃긴다는 것이다. 뭘 모르면 학교에 그냥 맡겨야 하는데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학교을 향해 시시콜콜이 간섭하고 '감 내놓아라 대추 내놓아라' 지시하는 꼴이 현장교원들과 국민들에게는 놀림감이라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거창하게 '서비스 계획'을 내놓아 국민을 현혹시키고 학교를 괴롭히고 학교와 학부모를 단절시키지 말고 학교에 맡겨두라는 것이다.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은 이렇게 교육을 황폐화시킨다. 학교에 지시사항이 많을수록, 규제가 많을수록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교육부, 언제나 정신 차릴까? 현재로서는 요원하기만 하다. 들려오는 것이 선생님들의 한숨이고 원성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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