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교장이 환삼덩굴과 전쟁하다

2007.10.24 08:57:00


서호중학교에 9월 1일자로 부임하고서 눈에 거슬리는 학교 울타리의 환삼덩굴, 저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행정실장에게 처치방법을 물으니 서울대 농대 울타리에 있는 잡초니까 그냥 두자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 학교 소유가 아니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피해를 받는데도 나몰라라 한다.

그러나 리포터의 생각은 다르다. 학교 울타리를 둘러싸고 있는 대학 울타리의 환삼덩굴은 미관상 좋지도 않고 그대로 놓아 둘 경우, 그 씨앗이 바람에 날려 교정으로 날아 온다. 그러면 학교는 온통 번식력이 왕성한 환삼덩굴 천지가 되고 만다.

환삼덩굴은 삼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풀로 줄기가 몹시 질기고 억셀 뿐 아니라 줄기에 잔가시가 촘촘이 붙어 있어서 손이나 얼굴에 긁히면 몹시 가렵고 상처를 입게 된다. 또한 근처의 소나무, 뽕나무, 잣나무, 은행나무 등을 타고 올라가 나무의 광합성 작용을 막아 결국엔 나무를 죽게 만들기도 한다.

9월 하순, 추석연휴를 이용해 낫을 들고 대대적인 제거작업에 들어갔다. 얼굴과 팔뚝에 가시가 박히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다. 줄기를 자를 경우, 뿌리에서 새순이 돋아나므로 아예 뿌리뽑기 작업에 들어간다. 무려 3시간이 소요되었다.

몇 일 후엔 확인 작업에 들어간다. 점심시간마다 울타리를 둘러보고 살아 있는 잎파리의 줄기를 추적하여 뿌리를 찾아내 뿌리를 뽑고야 만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전에 해야 성과를 거둔다. 성장력이 얼마나 강한지 어제 눈에 띄지 않던 것도 그 다음날엔 보인다. 환삼덩굴과 교장과의 전쟁이다.

이제 내일이면 전쟁을 치룬지 꼭 한 달이 된다. 어떻게 울타리가 변했을까? 원래 모습인 초록[사진 왼쪽]은 오간데 없고 늦가을에 서리를 맞고 말라 비틀어진 것처럼 갈색[사진 오른쪽]으로 변하고 말았다. 보기 흉한 이것을 이제 갈퀴로 끌어내리면 된다.

잔인한(?) 교장이 되고 말았다. 환삼덩굴로서는 핵폭탄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학생들의 등하교 안전 통학을 보장하고 울타리 미관을 살리고 학교 조경을 위해서는 골치 아픈 환삼덩굴을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덕분에 소나무와 뽕나무, 잣나무, 은행나무는 햇빛을 맘껏 쬘 수 있게 되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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