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외고 입시문제 유출 사태를 보면서

2007.11.16 09:08:00

요즘 리포터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정신이 아득하기만 하고 가슴이 울렁거린다. 뒷덜미 근육이 뭉쳤는지 고개를 돌리기가 힘들 정도다. 속도 더부룩하다. 괜히 짜증이 나고 화가 치민다. 아마도 심신이 정상이 아닌 듯 싶다.

김포외고 사태를 지켜보는 경기교육을 사랑하는 리포터의 변화 모습이다. 급기야 경기도의회 몇몇 의원은 이 사태의 책임을 물어 교육감 퇴진 문제까지 들고 나왔다. 일선 학교 교장으로서 교육감 사퇴하라는 언론 보도를 들으니 착잡하기만 하다.

도교육청의 잘못을 두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도교육청도 관리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번 외고 입시 사태, 문제점은 여러가지가 지적되고 있지만 리포터는 다른 시각에서 보고자 한다.

교육부의 방침에 따른 도교육청의 섣부른 공동출제.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하였다. 10년 이상된 외고와 신설외고를 평준화하려는 참여정부의 생각, 잘못된 코드의 산물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현재의 고교 평준화도 평둔화를 초래한 실패작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데 평등의 잘못된 개념이 외고 입시에 접목된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각 외고는 학교 나름으로의 전통과 문화, 노하우, 특색 등이 존재하고 있다. 입시문제 출제도 그 학교 나름대로의 경향이라는 것이 있다. 수험생은 지원하는 학교의 출제경향을 분석하고 그에 대비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올해의 공동출제는 9개 외고의 입시경향을 파악해야 한다. 수험생으로선 입시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공동출제란 학교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규제로 획일화시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교육부의 공동출제 방침, 일리는 있다. 특목고 등 외고 입시 문제가 고교과정에서 출제가 되어 학생들이 학원을 다녀야만 하기에 학원을 사교육의 진원지로 파악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 사교육을 바로 잡기 위한 근원적 대책이 입시 공동출제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외고와 학원과의 유착관계를 뿌리 뽑는 방법으로 접근해야지 그것은 그대로 놔두고 짐을 교육청으로 넘기면 위험성만 커지는 것이다. 교육청이 입시문제를 관리하는 것은 자율에 역행하는 전근대적인 것이다. 국가가 관리하는 수능도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이다.

특히 경기도교육청과 김진춘 교육감은 수월성 교육을 강조, 교육지표도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글로벌 인재 육성'이다. 교육부의 특목고 목조르기와는 정반대로 특목고 확대 방침을 견지해 왔던 것이다. 그러던 도교육청이 교육부의 공동출제를 심사숙고 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공동출제는 학교 자율성, 다양성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교육감의 일관된 교육소신 관철이 아쉬웠던 것이다.

다음은 공동출제 관리문제다. 수능 시험처럼 보안 관리에 철저를 기했어야 하는데 문제 유출자인 김포외고 L교사의 지적에 의하면 허점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어찌보면 도교육청이 감당하지 못할 것을 떠안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왕하려면 물샐 틈 없이 철저히 하여 출제위원 통제는 물론 인쇄도 교육청 주관으로 하고 문제지 인계와 인수도 시험 당일날 하여 문제 유출을 예방했어야 하는 것이다.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의 공조체제 유감이다. 보도에 의하면 도교육청은 언론보도에 의해 수사 진척사항을 파악하고 대처방안을 내놓기에 급급하였다. 자연히 갈피를 못잡고 우와좌왕하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었다. 경찰청과 긴밀히 협조하여 수사의 방향과 이에 다른 대처방안이 나와야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덜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였다.

경찰의 수사도 유감이다. 희대의 엄청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태도가 미온적이다. L교사 검거에 적극성이 보이지 않는다. 범인 얼굴을 공개, 현상수배를 하던가 연고지나 은신처 등의 수색, 검문 검색 등을 강화하여 일파만파의 사건을 조기에 수습하는 하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범인인 L교사를 무장괴한이나 흉악범보다 더 시급히 검거해야 하는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김포외고와 해당 학원은 도교육청을 농락하였다. 버스에서 나누어 준 유인물을 가짜로 만들어 교육청에 제출하여 교육청의 대외 공신력을 실추시켰다. 그것을 그대로 믿고 '문제유출은 없었다'고 초기에 발표를 한 교육청의 순진함은 어리석기만 하였다. 사립고에 대한 재정권, 인사권 등이 없어 통제권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본다.

20일 일반계 고교 접수 마감을 앞두고 조만간 도교육청의 김포외고 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은 해당 학원 출신 불합격자의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잘못된 입시관리로, 한 사립고 교사의 분별없는 문제 유출 행위가 경기교육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말았다. 가뜩이나 교육이 국민들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데 설상가상이 된 형국이다.

교육감 진퇴가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이 난국을 수습하느냐가 문제다. 학생들 피해를 최소화하며 부정과 비리를 일벌백계, 일소하고 입시질서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교육의 근본을 바로 세워야 한다. 교육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서는데 '교육입국(敎育立國)'이 요원하기만 하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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