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고(告)함

2007.11.22 08:50:00


우리 학교 1층의 교직원(남) 화장실, 남학생들이 애용한다. 3층과 4층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수시로 들락날락 한다. 여자 교직원 화장실도 보니 여학생이 애용한다. 왜 그럴까?

하루는 교장이 물었다.

"여기는 교직원 화장실인데..."
"네, 죄송합니다."

그 이유나 핑계를 대려하지 않고 그냥 고개를 숙이고 만다. 그들도 교직원과 학생 화장실을 충분히 구별할 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직원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교장도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아들이 Y학교 중3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쉬는 시간 10분을 이용하여 '큰 것'을 보려고 집으로 달려온 것이다. 아빠는 그런 아들을 꾸짖었다. 학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아야지 그것 때문에 집에 와서야 되겠냐고.

아들의 말, 학교 화장실에서는 불안해서 그것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시간은 촉박하고 친구들은 밖에서 떠들고, 문을 두드리고. 간신히 볼 일 보고 나오면 냄새가 난다고 놀리고. 그래서 집으로 달려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중간에서 일 저지르면 어떻게 할려고? 아들은 그것을 무릅쓰고 온 것이다. 어느 때는 너무나 급해 집으로 오지 못하고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았다고 실토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 학생들이 교직원 화장실을 이용하는 이유는? 화장실 인구밀도가 낮고, 조용하고 깨끗하고. 놀리는 사람 없고 하니 마음 편하게 배설작용을 할 수 있어서이다.

우리는 어려서 배웠다. 화장실 문화가 선진국의 척도라고. 화장실이 깨끗하고 이용 수준이 높으면 문화국민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학생들은 야만인?

어느 날 교장은 부장교사 회의에서 말한다.

"우리 학생들의 화장실 문화를 개선해야 하겠습니다. 대변 보는 학생들을 놀리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소변이나 대변이나 다 생리작용입니다. 그것을 마음 편히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종례 시간을 이용하여 학생들을 지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학생들에게 고(告)하고 싶다. 친구들이 화장실에서 마음 편하게 볼 일 보게 해 주자고. 대변 보는 학생들 놀리지 말자고. 그게 진정한 친구고 친구를 위하는 길이라고. 친구들이 생리작용을 위해 구태어 교직원 화장실을 찾지 않게 하자고. 더우기 집으로 달려가는 일이 있게 해서는 아니된다고.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