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감 흔들기, 더 이상 안 된다

2007.11.26 12:47:00


언론에 보도된 '김포외고 사태' 도교육감 퇴진 논란을 보니 착잡하기만 하다. 경기도의회 기획위원회 의원 10여명이 ‘경기도교육감 사퇴 권고 결의안’을 제출하는가 하면 도의회 교육위원회 김수철 위원장은 “거취가 논의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상임위원회 간에도 의견이 상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포터는 이에 대하여 현장 교원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일부의 교원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연히 퇴진해야 한다”는 강경한 반응을 보였고 모 중학교 교감은 “이번 일로 교육감이 물러난다면 도청 공무원이 잘못하면 도지사가 물러나고 장관이 잘못하면 대통령이 물러나냐?”고 물으며 퇴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오늘 모임의 중학교 교감과 장학사는 “이번 일은 교육감이 물러날 사안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태에 대해 김진춘 경기도교육감은 11월 23일 경기도의회 제228회 제2차 정례회 본회의에 출석해 "김포외고 문제가 일어난 데 대해 참담함을 금치 못 한다"면서 "도민 쳐다보기가 어려워 땅을 보고 다니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는 현재의 심경을 토로하면서 "있어서도 안 되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법적이나 도의적으로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는 언론 보도다.

경기도에서 일어난 ‘있어서는 안 되는 외고입시 유출사건’에 대해 경기교육가족은 모두 부끄러워하고 있다. 그 동안 쌓아온 명품 경기교육에 먹칠을 한 사건이다. 도교육청이 관리 감독면에서 잘못한 것은 사실이다. 김포외고 사태를 보는 시각과 경중에 따라 책임지는 선(線)도 달라지리라 본다.

현 교육감 2년 6개월의 공과를 볼 때, 경기교육의 미래를 내다볼 때, 교육감 퇴진 이후의 혼란을 생각할 때 리포터는 더 이상 경기교육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 사건 이후 김 교육감은 2010년부터 특목고 입시 중학교 내신비율 확대와 전국 모집단위 축소 등 특목고 보완책을 내놓은 바 있다. 교육을 사랑하고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교육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김 교육감은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글로벌 인재 육성’을 교육지표로 경기교육을 우리나라 교육을 선도하는 위치에 올려놓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경기도의 학교 수, 학생 수, 교원 수, 교육 재정은 우리나라 교육의 20-25%를 차지하고 있으며 김 교육감은 지방교육자치의 수장으로서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수도권 지역의 난제를 극복하고 무난하게 교육행정을 이끌어 왔다는 세간의 평이다.

사실, 경기교육은 규모와 내용면에서 한국교육을 대표하고 있다. 수월성 교육 측면에서 참여정부의 코드와 일치하고 있지 않지만 보편성 교육과 조화를 이루면서 타시도 교육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평준화 교육의 단점을 보완하는 시책을 꾸준히 추진하여 국가의 교육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민선(民選) 교육감이 범법자가 아니고 퇴진할 사유로 법원의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닌데 여론에 의한 퇴진 논란은 가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신적 피해를 입은 합격취소 대상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맺힌 감정이 풀리지 않겠지만 이 문제를 감정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그 휴유증은 짧지 않겠지만 소송 절차를 밟고 있으니 그 결과에 따르면 되는 것이다.

선거법 위반으로 도중하차한 울산의 경우, 교육감 공백 상태가 2년이 넘고 있는데 그 여파로 울산교육은 지리멸렬한 상태라는 전언이다. 한국교총 현장지원특위위원 이한열 위원(울산 내황초 교장)이 리포터에게 보내온 메일(2007.11.25)에 의하면 교육감 공약 실종, 학생들의 학력 저하로 진로지도 애로, 교직원들의 눈치보기와 적당주의 만연, 산하기관의 기강해이의 문제점 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월 부산 교육감 직선의 경우, 선거 총비용이 150억원(교육청 특별회계 간접선거 예산 2억 1400만원의 70배) 소요되었는데 투표율 15%로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교육감 공백으로 경기도에서 선거가 이루어질 경우를 가상하면 경기도선거인수(21.8%)가 부산(7.6%)의 3배에 이르므로 선거관리 비용으로 400억 이상의 교육청 부담액이 발생한다. 교육재정이 부족하여 학교부지 매입할 돈이 모자라는 형편에 혈세가 엉뚱한 곳에 날아가고 마는 것이다.

현 교육감이 중도하차할 경우, 2010년 6월 전국 동시 지방선거까지 현재 교육감의 잔여임기(2009년 5월까지)를 채울 교육감 선출, 이후 1년 땜질용 교육감 선거를 합쳐 총 2회에 걸쳐 교육감 선거를 실시한다고 보면 800억 이상의 엄청난 교육재정 지출을 초래하게 된다. 이것이 모두 국민혈세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앞으로 벌어질 교육 사태에 대해서 심사숙고 하지 않고 자칫 감정에 사로잡혀 일을 처리할 경우, 뒷감당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경기교육은 피폐해지는 것이다. 그 피해는 울산의 경우처럼 온전히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김포외고 문제 유출 사건의 교육청 잘못을 덮거나 두둔하자는 것이 아니다. 교육의 미래를 내다보고 어느 것이 진정 경기도민을 위한 길인가를 생각하고 현명하게 대처하자는 것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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