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만난 사람>새학년도 준비에 바쁜 오산정보고 배정흥 새내기 교장

2008.01.18 09:45:00


학교를 잘 모르는 국민들은 선생님들이 방학 때 쉬는 줄 안다. 교장과 교감도 노는 줄 안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선생님들은 자기 연수와 연찬에 바쁘고 교장도 다음 학기 준비에 여념이 없다.

46년 역사의 오산정보고에 부임한 배정흥(裵楨興. 56) 새내기 교장. 이제 갓 4개월이 지났다. 몇 일 전 오후 교장실을 방문하니 교감과 함께 여자축구부 출전에 따른 사기 진작 방안을 의논하고 있다. 이 학교 축구부는 전국체전 준우승의 실적이 있다.

컴퓨터가 있는 책상위에는 배 교장이 직접 작성한 각종 출력물들이 놓여져 있다. 2007학년도 후반기 사업 추진 실적, 새학년도 교실배치도, 2008학년도 업무 추진계획, 현관 구성 사진 자료 등. 학교전반의 문제점을 바로 잡아 개선하고 학교경영 방침을 교육계획에 반영하는 등 새학년도 준비에 세심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승진 소감을 물으니 “그 동안 높은 산을 오르는 기분이었다. 언덕바지를 오르고 가시밭길을 헤치고 마치 긴 터널을 지나온 듯하다”며 “학교 CEO로서 성취감 대신 새로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하며 “교장이 되고 나니 학교의 문제점도 많이 보이고 그 만치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고 한다.

배 교장은 4개월간 무슨 일을 했을까? 오자마자 어두컴컴한 학교 현관을 리모델링해 밝게 바꾸었다. 보기 흉한 가스배관을 보이지 않게 가리는 대신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글로벌 인재 육성’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불빛을 넣어 학교의 첫인상 얼굴을 바꾸었다. 당직실에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폐기물 금고를 철거하고 도배를 말끔히 하였다. 문서 보관을 위한 서고도 재정비하였다.

그는 부임 이후 양성평등 도지정 연구학교 운영보고회(10월), 승리관 신축 개관(11월), 신입생 모집(12월) 등 굵직한 것 몇 가지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러나 그는 가시적인 것보다는 특성화고 전환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 준비(9월-12월), 학교장의 교직원 현직 연수(9월), 전문계고 13권역 중심학교 운영(10월), 수능 이후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12월) 등을 우선으로 꼽는다.

그는 말한다. “2007년형 자동차는 더 이상 팔리지 않는다. 2008년형, 미래형 교육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도 사회와 시대가 요구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특히, 수능 이후 단축 수업 등의 유혹이 많았으나 대입 합격자와 취업자의 기초교육을 더 충실히 해야 한다며 교사들을 설득시켰다고 한다.

새내기 교장으로서의 꿈은 ‘학생들이 즐거운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공부는 물론 특기적성 계발을 유도, 동아리 활동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신바람 나게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말한다. 체력단련 연수를 월 1회 가져 반복되는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어 직원 분위기를 일신한다는 계획이다. 새해 포부도 ‘활기찬 학교, 내실있는 학교, 정서적으로 안정된 학교 만들기’이다.

그가 만든 ‘2008학년도 업무 추진 계획’ 26가지를 보니 교육과정 운영의 효율화를 위한 부서 개편, 특성화고 전환 및 학교명 변경, 인성교육과 전통문화 교육 강화,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교과별 교수-학습 요소 추출 지도, 학생 상벌 제도 도입, 방과후 학교 활성화를 위한 부서 확대 운영 등이 눈에 띈다.

4개월 교장으로서 절실히 느낀 점은 30년 이상의 교육경력으로 교육부문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으나 교육행정과 학교회계 분야에서는 아무래도 취약한 것은 숨길 수 없다며 교육청 주관 학교장 대상 연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학교장으로서 권한은 많지 않은데 비하여 결정의 순간은 많고 무거운 책임이 주어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성실히 근무하는 선생님들에 줄 수 있는 학교장으로서의 인센티브가 별로 없다며 이들에 대한 사기진작책으로 학교장이 인정하는 모범교사, 우수교사에 대하여 교육감 명의의 표창장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전문계고는 대학진학, 취업 등 진로가 이미 잡혀 있다. 꿈과 희망을 갖고 목표를 세워 열심히 공부하면 뜻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계고 학생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주는 선생님이 중요하다며 “학생들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고 칭찬해 주며 친근감 있게 다가가 정(情)을 주는 선생님이 되자”고 호소한다.

배 교장은 “교육은 한 마디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며 “동료간, 학생 상호간, 관리자, 학부모 등 상하관계 모두가 사랑이 결집되어야 교육이 효과를 낸다”고 설명한다. “교직원 모두가 학생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사랑, 열정, 봉사로 학생들을 지도하자”며 마무리를 짓는다.

배정흥 새내기 교장을 보니 새학년도 오산정보고의 알찬 교육활동 모습이 기대가 된다. 학교의 비전이 보인다. 희망경기교육의 밝은 미래가 보인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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