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는 여름 전초전인 것 같다. 땀이 날 정도다. 윗도리를 벗어야만 할 정도다. 맑은 하늘 아래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좋게만 느껴지는 날이다. 하루하루 추억을 심고 새기면서 살아가면 얼마나 좋으랴! 오늘 마음판에 추억을 새길 것이 하나 생겨나 좋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관리과에서 전화가 왔다. 교육장님께서 국과장님과 함께 오늘 점심을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장소는 ○○○○였다. 오리고기를 점심메뉴로 하려는가 보다 하고 짐작을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점심메뉴는 오리고기였다. 오리탕이었다. 교육장님께서 농담조로 '오리 소비 촉진대회'를 열자고 하셨다. 만약 홍보를 목적으로 했다면 카메라라도 가져갈 법 했지만 아무도 카메라를 가져 오지 않았고 홍보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오직 오리파동으로 문을 닫기 일보직전에 있는 식당을 살리고 식당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오리를 펄펄 끓여 먹으면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리포터도 11명의 한 사람으로 함께 오리탕을 먹는다는 자체가 뿌듯했다. 식사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조류독감이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믿는 이상 조류와 관계되는 음식을 먹어도 될 텐데 사람들은 왜 기피할까? 왜 식당에 손님이 하나도 없을까? 이래가지고는 식당마다 문을 닫고 눈물을 흘릴 것 아닐까? 예전과 같이 먹어줘야 식당이 살고, 경제가 살고 할 것 아닌가? '
조류파동 이후에도 집에서 반찬이 없거나 밥맛이 없으면 계란찜을 요청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계란을 삶아서 먹기도 한다. 거의 때마다 계란 반찬이 없으면 서운할 정도로 좋아하고 계속 먹고 있다. 만약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면 먹을 수 있겠는가? 먹어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확신이 서기에 계란을 잘 먹는 것이다.
오늘 식사를 할 때 오리탕은 정말 맛있었다. 전보다 더 맛이 있었다. 평소에 한 그릇 먹는 것을 세 그릇이나 먹었다. 물론 작은 그릇이지만.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수건으로 땀을 닦아가면서 먹었다. 먹을 때도 혹시나 하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자랑스러웠다. 특히 그 식당의 밥은 어느 식당보다 맛이 있었다. 식사 후 나오는 숭늉은 일품이었다.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은 그 식당을 다시 찾을 정도다.
그런데 그 식당에는 우리 말고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일하는 아줌마들도 여러 명 있었는데 한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정말 안타까웠다. 오리를 펄펄 끓여 먹으면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도 손님이 찾지를 않으니 주인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식사를 마칠 때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분이 들어와서 오리탕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 분은 청바지에 흰 셔츠, 한 분은 청바지에 붉은 셔츠를 입고 있어 평범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분인 것 같았다. 이날 따라 그분들이 정말 위대해 보였다. 대단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혹시나 하면서 기피를 해도 이분들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분이 많이 있어야 식당이 살아나고 경제가 살아나고 할 것인데...
손님들이 찾아주지 않으면 식당의 넓은 마당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담장의 붉은 장미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푸른 덩굴을 지붕으로 한 마당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넓은 주차시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손님이 찾아주지 않으니 유통은 제대로 되지 않고 악순환이 반복되어 결국을 문을 닫게 되고 말 것 아닌가?
우리 모두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웃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닭이나 오리 할 것 없이 홍보하는 대로 안심 놓고 펄펄 끓여 먹고 익혀 먹고 해서 소비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면서...